원금보장 되는 금융상품은 없다

[기고]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고발한다 (33)

 
 

최근 금융소비자들의 최대의 화두는 ‘원금보장’이다. 동양그룹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고수익에 몰리던 투자자들이 변한 것이다. 금융회사들도 변하고 있다.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이 바로 원금보장형 ELS(주가연계증권)다.

원금보장, 과연 가능한가. 초간단하게, 공부 좀 해보자.

‘원금보장’이란 일정 시간이 지나도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원금보장이라 할 수 있다. 현명한 금융소비자라면 이거 잊으시면 안 되는 기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현금자산 즉, 돈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따라서, 동일한 가치(Value)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익률을 유지해야 한다. 그 수익률의 기준이 되는 것은 모두 아시듯, ‘물가상승률’이다.

한국은행에서 목표로 하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있는데 평균 3%다. 따라서 연간수익률이 3% 보다 낮으면 실질적인 원금보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자, 공부 끝났다. 그럼 이제 직접 확인해보자.

원금보장을 약속했던 시장의 원금보장형 ELS는 과연 원금보장 맞나?

9일 에프앤가이드와 한국예탁결제원의 발표에 의하면 연초부터 지난달(9월) 20일까지 최소 155개의 원금보장형 ELS가 ‘진짜로’ 원금만 지급한 채 상환됐다고 한다. 발행된 원금보장형 ELS가 2,012개다. 그러니까, 7.7%의 원금보장형 ELS는 수익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약간만 더 생각하면 ‘실질적’인 원금보장은 이뤄지지 않았음을 이내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3%를 적용해보자. 그럼 3년 만기 ELS가 원금을 상환했다는 얘기는 1,000만원을 투자해서, 물가상승률 3%를 적용하면, 3년 뒤 실질가치가 913만원으로 작아진 원금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손해다.

물론 살펴보면 개중에는 원금 이상의 수익을 남겨준 원금보장형 ELS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9월 기준으로 전체 원금보장형 ELS의 만기상환시 수익률은 평균이 2.84%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만기가 1년6개월~3년이므로, 분명한 것은 원금보장형 ELS의 평균 수익률은 은행예금 이자보다 낮았다는 얘기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불곰 칼럼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얘기지만, 금융사는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늘 자신들의 수익부터 챙긴다.

‘go발뉴스’ 독자 여러분이, ELS 운용담당자라고 가정해보자.

누군가 1억 원을 당신에게 맡긴다. 3년 뒤에 원금을 보전해 주고 수익도 덤으로 남겨달라고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그렇다. 일단 수수료를 뗀다. 1~2% 정도를 먼저 떼자. 이것도 장사니까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자, 그리고 나서 돈을 어떻게 굴릴까 생각해보자.

3년 뒤에 원금을 확실히 돌려주기 위해 9500만원 정도를 떼내자. 그리고 대개 안정적인 국공채를 구입한다. 3년 뒤, 1억 원이 되는 걸 구입하면 된다. 아주 쉽다.

마지막으로 남은 돈을 세어보자. 300~400만원이 주머니에 남았다. 이걸로 고객의 수익을 만들어보자. 위험이 높은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아시다시피, 고위험 파생상품으로 돈 벌기 어렵다. 대부분 깡통이다. 올해 원금만 상환했다는 155개의 원금보장형 ELS운용담당자들은 모두 파생상품 투자에서 깡통을 찬 선수들이다.

입장을 달리해서 생각해봤다. 어떤가? 원금보장형 ELS를 통해 은행예금 이자 정도의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결론이다.

대한민국에는 물가상승률에 해당하는 수익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완벽하게 원금보장 해주는 금융상품은 없다. 원금보장에 대한 미련이 있다면 은행에 예금하라. 그게 가장 현명한 투자일 것이다. ‘원금보장’이라는 달콤한 유혹은 그저 자신들 월급받기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거 아시기 바란다.

사족이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암행감찰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은행과 증권사들의 금융상품 판매방식이 조금 바뀌었다고 한다. 형광펜으로 표시한 부분에 ‘그저 사인만 하시라’던 과거의 판매방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단다. 밑줄을 그으며 전에 하지 않던 설명을 열심히 하고 있단다.

‘고갱님, 이 상품 절대 원금보장 안됩니다’라고.. (☞ 불곰주식연구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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