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한민국 주식시장을 고발한다(27)
나란 남자 심플하다. 쿨하다. 그런데 쉬운 남자는 아니다. 적어도 사업관계에 있어서는 깐깐하기 그지없다.
전화 연결이 쉽지 않은 사람, 부재중 전화에 답신을 주지 않고 뭉개는 사람, 나와 대화 중에 걸려오는 전화를 가볍게 무시하는 사람과는 절대 사업을 도모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런 사람들과는 만남 자체를 피한다.
오랜 기간 사업을 해오며 확립한 불곰의 인간 평가기준이다.
사업에 있어 인간에 대한 배려는 기본이다. 대개 이런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은 책임감이 부족하다. 나아가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가는 질질 끌려 다니다가 쪽박차기 딱 좋다.
주식투자도 사업이다. 상대방, 즉 투자 대상 CEO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비도덕적인 CEO가 운영하는 회사에 투자할 경우, 십중팔구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8일 한국거래소와 조선비즈가 공동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오너의 횡령과 배임 등 비리로 인해 상장폐지된 기업이 최근 10년간 325개사에 이른다고 한다. 이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45조를 훌쩍 넘는다고 했다.
중요한 건 상장폐지로 인해 피해를 본, CEO나 최대주주들의 지분이 3~5%에 불과했다고 하니까, 대부분 계획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재산을 마지막까지 빨아 먹었다고 판단된다.
소수의 비뚤어진 오너들의 무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주식시장이 이용되었고, 무고한 개미투자자들만 비참하게 당한 형국이 아닌가.
주식투자와 경영자의 도덕성은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투자자들께서는 회사의 CEO가 어떤 사람이냐를 눈 여겨 보시기 바란다. 투자 성과가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말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한길 사람속을 어찌 알 수 있나.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투자대상 기업의 CEO를 접촉할 방법이 없다. 투자시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임에도 아쉽게도 정보가 태부족하다.
이럴 경우, 간편한 방법이 있다. 이른바 CEO Risk를 피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권한다.
첫째, 경영조건이 나쁜 회사는 투자하지 마라.
언뜻 당연한 말 한다고 여기시겠지만, 보자. 대부분 경우, 대표이사의 배임이나 횡령 같은 범죄는 사업아이템으로 정면 승부를 보기 힘든 경우에 발생한다. 즉 적자가 심하거나 부채가 많은 경우에 발생한다. 이익이 많이 나고 성장성이 있는 회사의 CEO나 대주주들은 횡령과 배임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대표이사가 엉뚱한 사람으로 바뀌면 투자하지 마라.
회사가 인수되면서 업종과 별 관련이 없는 CEO가 선임되면 ‘기업사냥꾼’이 아닌지 의심하라. 잘 모르겠으면 아예 투자를 포기하라.
마지막으로 CEO가 문방구에 다니면 투자하지 마라.
문방구에 가면 어음용지를 판다. 속칭 ‘딱지 어음’이라고도 불리는 이 ‘문방구 어음’은 은행에서 발행하는 어음과는 달리 어음보유자가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회계감사 과정에서 밝혀 낼 수 없는 숨어있는 부채다. 따라서 한 장이라도 발견될 시, 회사의 투명성에 치명타를 주게 된다. 수많은 회사들이 딱지 어음이 발견돼 회계감사 거절의견을 받았고 상장폐지 됐다.
2012년 전후로 씨모텍, 에듀패스 나이스메탈, 국제개발, 대한은박지, 세븐코스프, 평안물산, 티엘씨레저가 모두 문방구 어음 때문에 상장폐지 됐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기술력으로 위조지폐 감별기를 만들던 에스비엠이 문방구 어음 복사본 1장이 회계법인에 의해 발견되는 바람에 최근에 상장폐지 됐다.
오늘의 결론이다.
사람보고 결혼하듯, 사람보고 투자하라. 잘 모르겠으면,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조건이 좋은지, 전문성 있는 CEO가 오래 근무하고 있는지, CEO가 문방구 근처에 얼씬 거리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이상 심플하고 쿨한 남자지만 사업에는 깐깐한 남자,
불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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