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한민국 주식시장을 고발한다(23)
나의 아내는 주식 문외한이다.
항상 그러하듯 오늘도 소파에 누워있는 내게 묻는다.
“자기야, 영재(처남의 이름)가 펀드 한다는데 무슨 펀드가 좋은지 좀 알려 달래”
“펀드로 돈 못 번다고 하지 말라 그래”
“왜? 전국민이 다 하고 있는데…??”
“…”
맞다. ‘전국민이 다 한다’는데, 좀 성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해줬다.
“응. 모두 장삿속 때문이야”
펀드를 지배하는 장사꾼의 잇속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펀드’는 증권사, 은행, 보험사에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유치한다. 유치된 자금은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가 운용한다. 즉, 펀드는 모집책과 운영책으로 그 역할이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명 자산운용사는 증권회사들이 투자한 회사다. 증권사와 운용사가 결국은 한통속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첫 번째 장삿속은 ‘펀드자금이 증권회사나 펀드매니저의 돈이 아니기에, 고객의 수익이 최우선이 아니다’는 점이다.
믿고 싶지 않은 얘기겠으나 자산운용사의 입장에서는 펀드를 잘 운용해 고수익을 개미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는 거다. 모기업인 증권회사나 자산운용사 자신의 수익확보가 우선이다.
아무리 장사꾼 잇속이라지만 정말 그럴까? 예를 들어보자. 삼척동자도 아는 주식상식 중에 ‘단타매매는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개미투자자들만 ‘치고 빠지기식’ 단타매매 전략을 구사하는 게 아니라, 자산운용사들도 ‘치고 빠지기식’에 집중하는 곳이 많다. 왜 그럴까? 개미들이야 아직 주식공부가 부족해 그렇다 쳐도 주식판의 엘리트인 펀드매니저들마저 수익내기가 힘들다는 ‘단타매매’에 집중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의 수익률보다 자산운용사와 모기업인 증권사의 수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타매매를 많이 해서 매매회전율을 높이면 높일수록 자산운용사에 떨어지는 운용보수가 높아지고, 연계된 증권사는 매매중계 수수료의 증가로 큰 수익이 발생하는 건 상식이다.
물론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고객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단타고수를 펀드매니저로 초빙해 운용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설득력이 없다. 펀드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펀드수수료라는 게 있다. 펀드운용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수수료 형식으로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개념이다. 때문에 매매를 많이 하면 할수록 투자자가 부담해야 될 펀드수수료는 비싸지는 것이다. 증권사를 모기업으로 둔 운용사 입장에서는 얼마나 ‘노나는 장사’인가.
지난 2월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투자기간이 3년이 넘고 규모가 10억 이상인 주식형펀드 275개를 분석해 봤단다. 결론은 이랬다. 수수료를 많이 떼는 펀드일수록 수익률이 낮았으며 투자기간이 길면 길수록 수익률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는 거다.
예를 들어 수수료 상위 20%인 펀드 13개의 10년 누적 수익률은 221.7%인 반면, 수수료 하위20%인 펀드 13개는 298%였다. 차이가 무려 76.3% 포인트다. ‘단타매매는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게 사실 아닌가.
두 번째 장삿속이 있다.
‘VIP고객과 뜨내기고객이 있어서 뜨내기들을 차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필자인 불곰을 포함한 모든 개미투자자들은 펀드시장에서는 뜨내기고객이다. VIP고객을 위해 언제라도 버릴 수 있는 대상, 즉 증권사와 운용사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한 대상들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의 VIP고객은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 위탁펀드들이다. 이러한 큰손들은 여러 자산운용사 중에서 수익이 저조한 운용사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자금회수를 결정한다. 수익률이 낮아 ‘큰손’을 잃게 되면 펀드매니저의 목은 보존하기 어렵다.
그래서 심지어 불법도 불사한다. 어떤 불법이냐고?
개미들이 투자한 일반 펀드에서 수익률이 높은 종목들을 시세보다 싸게 VIP연기금 위탁펀드에 넘기거나 연기금 위탁펀드에서 수익률이 낮은 종목을 시세보다 비싼 값으로 개미들의 일반펀드에 파는 경우가 그것이다.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 현실이다. 장삿속이라 봐주기에는 이건 명백한 화이트 칼라 범죄다.
이래도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판매하는 펀드를 ‘묻지마’ 가입하겠는가. 어쩔 수 없다. 죽어도 하고 싶다면, 제일 공정한(Fair) 펀드 하나를 소개한다.
아내에게 말했다. ‘인덱스(INDEX)펀드’라고 있다고.
집사람이 되묻는다.
“인덱스 펀드?”
종합주가지수의 등락과 같이 수익률이 움직이며, 시장의 평균수익률과 동일한 투자성과를 목표로 하는 펀드가 바로 ‘인덱스(INDEX)펀드’라는 거다.
‘인덱스(INDEX)펀드’는 펀드매니저의 불법행위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수수료비용을 최소화 하면서 최고의 펀드매니저가 유지하는 시장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이다.
마저 설명을 듣던 아내가 처남에게 전화를 건다.
“영재야, 펀드 하지마!”
아내에게 도리를 다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소파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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