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을 조심하라

[기고]대한민국 주식시장을 고발한다(15)

개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여러 증권 전문가들의 강의에서나 혹은 증권관련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인용되는 문구, 즉 주식격언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격언에 따른 투자를 정도(正道) 투자라고 여기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꼼꼼히 살펴보면 그런 격언들이 오히려 잘못된 주식투자를 부추기고 대부분 투자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 가장 경계하여야 할 잘못된 격언 첫 번째는 무엇일까?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 아마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격언일 것이다. 이 문구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널리 공감되고 있으며 이를 주식투자의 기본이라고 가르치는 기술적 분석가들도 많다.

주식시장에서 ‘달리는 말’이라는 뜻은 현재 주가가 상승하고 있고 추세가 살아있어서 추가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주가가 더 오르리라고 판단되는 종목을 말한다. 그런 이유로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말은 주가는 이미 올랐지만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매수하라”는 뜻이다.

가장 충실하게 이 격언을 지키는 곳이 있다 바로 증권사다.

직접 살펴보자. 증권사들은 거의 매일 추천종목을 발표하고 있다. 오늘(5월3일)은 증권사에서 코라오홀딩스(신한금융투자)와 GS리테일(현대증권) 을 추천했다. 코라오홀딩스는 연초 최저가대비 75%(17,600원à30,800원)가 상승했으며 GS리테일은 16.7%(25,900원à30,250원)가 상승하였다. 역시 상승추세를 타고 있는 종목에 매수하라고 추천을 한다. 격언에 충실한 추천이다.

다른 증권사들의 추천종목도 별반 다름없다. 최근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종목들이 주요 대상이다. 지금 말이 달리고 있으니, 투자자들에게 빨리 올라타라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주식격언을 믿은 투자자들은 대부분이 실패한다. 상승추세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실패의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달리는 말’에 올라탄 개미투자자 대부분이 왜 말이 달리는 지 잘 모른다. 다만 ‘말이 달리고 있다’는 현상에 집착한다. 결국 ‘묻지마 투자’가 되기 십상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묻지마 투자’ 반드시 망한다.

둘째, 투자자들은 말이 언제까지 달릴지, 어디로 달릴지 모른다. 때문에 항상 말에서 뛰어 내릴 준비를 하게 된다. 증권사는 ‘친절하게도’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어느 시점에서 뛰어 내리라는 가이드라인을 준다. 그것이 바로 ‘손절매구간’이다.

투자실패의 이유를 정리해 보자. ‘달리는 말’은 불안한 만큼 <단기수익>을 추구하게 되며, ‘손절매구간’ 때문에 일정 가격아래로 내려가면 팔게 되는 전형적인 <단타매매>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달리는 말’이 위험한 것은 이것이 바로 도박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서 손실을 보게 된 투자자들은 원금 회복을 위해 더 스릴 넘치는 투자방법에 의존하게 된다. ‘상한가 따라잡기’와 같은 투자방법 말이다.

이것은 단순히 ‘달리는’ 차원이 아니라 상한가까지 ‘폭주하는’ 주식들만을 골라서 투자하는 것이다. 상한가까지 매수하는 이유는 다음날에도 상승 출발 할 것을 기대하고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보려는 투자방법이다. 사실상 도박 행위이고 때문에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럼 어떤 말(馬)이 투자에 좋은 말(馬)일까.

주식격언은 믿지 않는 게 좋다. 애초에 ‘달리는 말’ 따위에는 관심을 주지 말라. 올라타기 좋은 말은 지금은 달리지 않고 있는 말이다. 잔디밭에서 조용히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내가 잘 아는 말’이 적격이다. 말 안장을 놓고 올라타자. 하지만 주인이 타건 말건 개의치 않고 계속 풀만 뜯어 먹는 경우가 있다. 박차를 가할 필요도 없다. 그냥 놔둬라. 다 뜯어먹으면 곧 달린다. 확신을 가지고 기다리자. 기다림은 투자의 미학이다.

주식 투자란 ‘내가 잘 아는 주식’을 상승하기 전, 즉 저평가 상태일 때 여유 있게 매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보다 앞서 자신이 먼저 발견한 가치가 경제적 평가를 받는 그날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것. 그것이 바로 정도(正道) 투자이며, 주식 투자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이제 “풀 뜯는 말에 올라타자”로 대체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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