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 총 308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
[시론/서해성] 미사일 비 missile rain
‘미사일 비’가 텔 아비브 등에 쏟아지면서 아이언 돔은 상당 부분 무력했다.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에 반격하면서 이란은 사하브 Shahab-3, 세이질 미사일 Sejjil missile 등을 발사했고, 1백여 대의 자폭형 무인항공기 사헤드 HESA Shahed 136을 투입했다. 사하브-3은 중국 DF-21과 북한 노동 1호를 토대로 발전시켰다. 사정거리 2,
서해성 작가 -
[서해성의 책] 어느 왼손잡이 노선
대선이 끝나고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밀린 독서를 하는 일은 숙제를 나중에 하는 일 같을 때가 있고, 빚은 갚아버리는 것처럼 후련할 때가 있고, 묵은 때를 벗기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있고, 아껴 먹는 과일이나 떡 같을 때가 있다. 묵은 때와 아껴 먹는 것 사이에 있는 책을 골랐다. 정권도 바뀐 참이니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책이 좋겠다 싶었다
서해성 작가 -
[서해성의 사람] 어느 삶의 천재 이야기
세상에는 머리 좋은 천재들이 있다. 시험 잘 보고 재능이 좋은 사람들이다. 이들보다는 삶의 천재가 드물다. 이들은 고난을 자기 근육으로 바꿔낸 인간들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이끈 사람들은 주로 삶의 천재들이다. 전봉준 안중근 김구 등은 머리 좋은 인간이라기보다 삶을 모두 건 결단으로 역사의 중심부로 진입하여 이정표를 세운 사람들이다. 김대중 노무현도 마찬가지
서해성 작가 -
[서해성의 사람] 혼자 보내기에는
말단비대증 굵은 손가락으로 써내려간 문장은 보드라웠다. 자신이 고문 받던 기억도 수 놓듯이 쓰지 않고는 못 배겨 냈다. 불밭을 헤쳐가는 치열한 현실문학에 물기 촉촉한 인간의 다리를 놓으면서 나아갔다. 술자리 끝나고 날마다 이별을 두려워하여 벗이 앉았다가 떠난 굳은 돌에서도 눈물을 보았다. 늘 일렁이는 큰 눈망울은 펜으로 찍어 쓰면 먹으로 번질 것만 같았다.
서해성 작가 -
[서해성의 사람] 열쇠 같은 인간, 권오헌
국졸이었다. 죽을 때까지 청년이었다. 총각 청년이었다. 전사였다. 유신 독재 따위 한 목숨으로 끊어내고자 했다. 사상과 양심으로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의 아버지이자 형이고, 대리인을 자임했다. 생애 자체가 양심의 맨 척후이자 인권의 마지막 보루였다. 이념의 경계, 체제의 억압 따위 두려워하지 않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홀로 삼팔선을 녹이는 촛불이었다. 4
서해성 작가 -
[거리의 시/서해성] 청명날 광화문에서
이 하루를 우러러 푸르름을 밟는다. 광화문에 나와 맨 가슴으로 답청踏靑을 한다. 서럽고 노여운 날들이 문드러져 저 문이 빛이 될 때까지. 천 명 만 명이 모여서 땅을 구른다. 북을 친다. 봄이 오도록 삼천리 구석구석 장독 밑까지 푸르름 물들도록 깃발은 나부끼고 목은 메이는데저 하늘이 땅이 될 때까지 몰려나와발부리 부르트도록 답청 또 답청푸르름을 밟는다.
서해성 작가 -
[시론/서해성] 재동 백송 내력
헌법재판소 뒤뜰에는 묵은 백송白松(천연기념물 제8호)이 한 그루 서 있다. 팔도에서 가장 굵고 기상이 높은 백송이다. 붉은 담장 바로 너머가 윤보선 고택이다. 여러 사람과 기관들이 이 터에 살거나 머물다가 떠났는데 백송만 의연하게 남아 있다. 낙락장송은 알고 있다 따위의 말이 이 백송 앞에 서면 한낱 객쩍은 소리가 아니란 걸 알 터이다. 백송은 옛적 연암
서해성 작가 -
[시론/서해성] 계엄 내력
옛 책에 이르길 “적이 쳐들어옴에 방비를 세우는 일을 계엄이라고 한다 敵將至, 設備曰戒嚴”에서 계엄戒嚴이라는 말은 나왔다. 글은 다음 문장으로 이어진다. “적이 물러감에 방비를 푸는데 해엄이라고 한다 敵退, 弛備曰解嚴.” 17세기 자전 “정자통正字通”에 나오는 말이다. 1615년 매응조梅膺祚가 ‘자휘字彙’를 편찬했고, 이를 바탕으로 1627년 명明나라 장자
서해성 작가 -
[서해성의 사람] 지상에 마지막 인간, 송기원
먼 길을 앞둔 벗과 이별주 마시느라 끝내 그를 못 보내고 명절날 고향 없는 젓가락집 여인네들 눈물 챙기느라 집에를 못 갔다. 세상사 한 점 모순없는 모순 투성이였다. 보안법 재판정에서 판사에게 나는 잡범이니 가두고 선량한 다른 사람들은 풀어주라던 악하고 모진 데라곤 하나 없는 감때사나운 모진 팔짜였다. 빨갱이 아들 두었다는 손가락질에 육이오 때 총 맞아 반
서해성 작가 -
[서해성의 사람] 노래 없는 노래로
노래 한 곡이 끝났다. 노래가 끝났다. 바람아 너는 주구장창 깃대 부여잡고 노래를 부르고 이별아 너는 남아 우리들 처진거리들 옆에서 주야장천 술국을 처먹는구나. 술도 끝나지 않고 노래도 끝나지 않겠지. 빗줄기는 저렇듯 울어도 우는지 모르고 울고 아침이슬은 아비가 있고 성님이 있어 우리들 젖은 풀잎 끝마다 아무런 맹세도 없이 야속하구나. 시대가 끝났다. 한
서해성 작가 -
[서해성의 사람] 흙에 뿌리면 다시 싹이 돋아날 말, 물에 넣으면 조선 붕어로 헤엄쳐갈 말
비료푸대에 쓴 듯 가난하고 빼앗긴 사람들의 고단한 언어에 가락을 얹어 기록했다. 시를 읽으면 울면서도 절로 추임새를 넣고 싶었다. 종자값에 한숨 짓는 농투성이네 눈물, 산판하는 목도꾼 땀방울이 잉크라는 걸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서글픈 자의 눈물을 벗삼고 배고픈 자의 땀을 스승으로 모셨다. 불밭에서도 은하수를 우러르게 하는 거룩한 시심이 아니라 뜨거운 발
서해성 작가 -
[서해성의 사람] 망명객 홍세화
세상에는 똘레랑스를 말하면서도 스스로에게는 늘 관용없이 가혹한 망명객이었다.지독히도 배신을 몰라 모든 깃발이 부러져도 혼자 남아 노선이 되고자 했다.자기 언어의 그물에 구멍이 났을까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했던 치열한 말의 어부였다.먼길 동행하면서 행동거지의 틈새를 살펴보면 실은 여리디여려서 결이 다른 걸 못 견뎌할 때마다 멀건 노루 눈빛이었다.추방, 배제,
서해성 작가 -
[시론/서해성] 선거란 배제다
옛 아테네든 어디든 절차 민주제가 생긴 이래로 아시아 대륙에서 온전히 선거를 치르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선거가 통치 권력에 대한 징치 효과를 제대로 내고 있는 곳 또한 한국이다. 알다시피 일본 사회는 선거 형식이 오래 존립해왔지만 사실상 자민당 일당 독재다. 한국인은 이 점에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하다.총선은 대선도 아니고 지방
서해성 작가 -
[거리의 시/ 서해성] 렌틸콩
쫓기는 가자 사람들 주머니 속에 한 줌 넣고 가서 사방이 막힌 팔레스타인 장벽 밑에 다시 뿌린다. 이 손을 놓치지 말자. 언제나 다정하게 한 쌍씩 콩깍지에 들어가 산다. 흙이 메말라도 살아내야 한다. 높은 사막 능선인들 어쩌랴. 추운 밤 어미가 얼어죽어도 렌틸 종자만은 남겨두어라. 그건 네 자식을 먹는 것이다. 먼 별빛은 신맛이 나고 달빛에서 단맛이 날 때
서해성 작가 -
[거리의 시/ 서해성] 쑥 한 줌 흩뿌려
산이 에운 너른 벌판 쑥물 든 이수평梨樹坪에 눈이 내렸다. 겨울 비가 퍼부었다. 고려 통주 땅 쑥밭 애전艾田. 화살이 떨어지고 창이 부러지고 칼이 동강나서 싸움이 비로소 그대들을 떠났을 뿐 쑥밭재 너머로 거란 왕이 바삐 도망치는 말발굽소리 듣고서야 쑥대 사이로 파고드는 눈발처럼 쓰러졌구나. 죽어서야 처음 몸을 쉰 사람들. 그대들이 흘린 피가 아직 마르지 않
서해성 작가 -
[거리의 시/ 서해성] 백색 테러
새해가 칼에 찔린 채 지금 막 당도했다. 올해 첫 날은 1월2일에 이렇게 피로 시작되었다. 야당 대표 목덜미를 베면서. 오늘 베인 것은 민주요, 상식이다. 칼날의 이름은 혐오 섞인 증오다. 증오는 굳이 갈지 않아도 날마다 날이 번뜩인다. 국졸 소년공 출신이라니 전염병보다 견딜 수 없다. 가족사 또한 역겹다. 팔이 굽은 것도 싫다. 언론은 혐오를 꾸준히 팔았
서해성 작가 -
[시론/서해성] 자승, 제곱으로 남긴 업장
자승自乘은 제곱이다. 저를 스스로 곱한 게 제곱이다. 자비를 곱한다는 이름을 가진 이도 있다. 승려 자승慈乘이다. 그가 스스로 죽었다. 절집을 태워 제 몸도 함께 살랐다. 삭발도 목욕도 없이 승려로서 세상 인연을 가혹하게 마감했다. 그의 죽음은 승려, 불자뿐 아니라 그 소식을 듣는 귀와 눈을 가진 사람들을 송두리째 참혹하게 만들고 있다. 스스로 택한 죽음에
서해성 작가 -
[거리의 시/ 서해성] 백년 동안의 죽음
끝끝내쥬-고엔 고짓센 15円(엔) 50銭(전) 따라서 하지 못했어요. 쿠가쯔 후쯔까くがつ ふつか(9월2일)도 말하지 못했어요. 백년 동안 익히지 못했어요. 내 혀는 그날로 굳어 있어요.나는 센징鮮人.쥬-고엔 고짓센 말하지 못하는 나는 조센징.도쿄 한복판에서 죽창이 내 가슴을 찌르고 들어와도 식칼이 내 목을 찔러대도 나는 발음할 수 없었어요. 두
서해성 작가 -
[거리의 시/ 서해성] 동상 암살
동상도 암살된다. 광복 뒤 살아서 귀환한 독립군들은 마저 소탕되었다. 조국의 총알로. 나라가 해방되었다고 해서 다 해방되는 건 아니다. 어젯밤 다시 김좌진이 암살된다는 풍문이 돌았다. 지청천이라고도 했다. 저 광복군 총사령관 말이다. 홍범도 옆에 흉상으로 선 연좌죄로 함께 처형될 것이라고 했다. 이범석은 아라사 권총을 들고 싸웠으므로 죄가 되었을까. 아침
서해성 작가 -
[시론/서해성] 애국가 첫 마디 ‘동해물’ 앞에 통곡하며
‘있는 나라’를 팔아먹은 건 이완용들이다. 매국노라고 부르는 이들은 중국에 사대해온 친명파 따위와는 등급을 달리한다. ‘있는 나라’ 조선/대한제국을 팔아먹은 1차 친일파들이다. 기록된 역사 두 천년 동안 국권을 완전히 상실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2차 친일파는 일제강점기 동안 외세에 빌붙어 겨레붙이들을 흡혈한 자들이다. 3차 친일파는 광복 뒤 친일파들이다.
서해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