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식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를 읽고
대선이 끝나고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밀린 독서를 하는 일은 숙제를 나중에 하는 일 같을 때가 있고, 빚은 갚아버리는 것처럼 후련할 때가 있고, 묵은 때를 벗기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있고, 아껴 먹는 과일이나 떡 같을 때가 있다. 묵은 때와 아껴 먹는 것 사이에 있는 책을 골랐다.
정권도 바뀐 참이니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책이 좋겠다 싶었다. 공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일을 잘하는 건 그저 세금을 잘 쓰는 일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다. 책은 분량이 조금 되었지만 가독성이 좋고 문체가 간결하여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어느 왼손잡이가 글을 썼다. 이렇게 말하는 게 맞다. 이 책은 왼손으로 쓴 이야기다. 그저 왼손이 아니라 생각과 삶의 왼손이다. 그렇다고 좌파라거나 하는 말은 아니다. 오른손이 익숙함, 진부, 관습 따위라면 왼손은 낯설음, 참신, 도전을 뜻한다. 책을 낸 이가 실제로 왼손잡이이기도 하다.
청년시절 그는 데모꾼이었다. ‘깃발’사건의 주역이다. 그때 그는 독재 세상을 바꾸고자 한 왼손잡이였다. 일그러진 세상을 바르게 펴고자 한 일인 터라 세상에서 쉽게 읊조리기 좋아하는 좌파와는 분명히 다르다. 어래저래 합쳐서 다섯 해 옥을 살다가 나온 그는 이윽고 디지털 시대를 열어젖힌 장본인이 되었다. 인터넷 ‘선사시대’를 상징하는 나우누리, 아프리카 TV, 개인 방송인을 후원하는 별풍선 등이 그의 왼손에서 나왔다.
데모와 디지털, 이 둘은 얼핏 어울리지 않을 듯도 하지만 그에게는 그닥 다르지 않은 길이다. 세상을 바꾸어서 새로 살고자 한다는 점에서 둘은 닮았다. 덧붙이건대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공적 마스크 현황, 국민안심병원, 선별 진료소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한 것도 그가 해낸 일이다. 그의 이름은 문용식이다.
이 왼손잡이가 쓴 책 이름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 부제도 붙어 있다. ‘디지털 선도국가 부활의 길’이다. 그가 오래도록 입초시에 달고 일해왔던 말이 떠오른다. ‘미디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이번에는 여기에 더해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라고 말하고 있는 참이다. 문용식은 생애 자체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바꾸는 사람이다. 하루도 고여 있는 걸 못 견뎌하는 존재다. 여기서 왼손잡이란, 그러므로 개혁가를 뜻한다.
어떤 책은 말로 입증하고 어떤 책은 삶으로 증명한다. 말과 삶을 두루 증거하는 책이 가장 좋다. 이 책이 그렇다. 알다시피 경험이 글을 지배하면 실용서나 ‘내가 해봤는데’ 따위 자찬 회고록이 되기 쉽고 ‘리론’을 앞세우면서 관념 지옥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이 책은 이론과 관료 경험과 시장 경험을 촘촘히 거친 자가 AI를 포함한 새 디지털 시대에 우리 사회와 정권 담당자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침과 같다. 자침이란 자석 바늘, 곧 나침판이다.
이 왼손잡이가 즐겨쓰는 말이 있다. ‘진실은 항상 구체적이다.’ ’마음은 갈망으로 가득 차 있되 우직하게 한 길을 가야 한다.’ 책을 쓴 문용식은 나를 바꿔 세상을 바꾸는 왼손잡이다.
우리 사회가 왼손잡이가 될 때 세상을 퇴행하지 않는다. 새로움 앞에서 주저하는 자는 모두 오른손잡이다. 한국 사회는 오늘 머뭇거리고 있다. 스스로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 사무실을 혁신하고자 하는 사람, 정부를 포함해서 세상을 한 번 고쳐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왼손으로 쓴 처방전이다. 당연히 문용식이 살아온 왼손잡이 노선을 압축하고 있다.
한 번 더 말하지만 문용식은 왼손잡이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기꺼이 끌어와 집요한 자기 개선을 통해 모두가 차별없는 혜택을 누리게끔 하고자 하는, 세상을 바꾸는 왼손잡이다. 오늘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들을 익숙하게 만들어보자.
예로부터 이럴 때 쓰는 말이 있다. 기꺼이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