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성의 사람] 노래 없는 노래로

김민기 선배 가시는 길에

노래 한 곡이 끝났다. 
노래가 끝났다. 
바람아 너는 주구장창 깃대 부여잡고 노래를 부르고 
이별아 너는 남아 
우리들 처진거리들 옆에서 주야장천 술국을 처먹는구나. 

술도 끝나지 않고 
노래도 끝나지 않겠지. 
빗줄기는 저렇듯 울어도 우는지 모르고 울고 
아침이슬은 아비가 있고 성님이 있어 
우리들 젖은 풀잎 끝마다 아무런 맹세도 없이 야속하구나. 

시대가 끝났다. 
한 시대가 끝났다. 
꽃을 바치자니 그대 영혼이 너무 곱고 
노래를 올리자니 
우리들 목소리 한낱 서럽기만 하구나.

이 비 그치면 삼천리 잎새마다 맺히는 
이슬을 이제 누가 세어줄꺼나. 
그대에게 배운 노래로 그대를 불러볼 뿐 
이제 누가 애타도록 노래가 되어줄꺼나. 
그대의 노래로 그대를 보낼 수 있을 뿐.  

노래 없는 노래로 
그대를 보내자니 
다시금 그대의 노래로 
그대를 보낼 수 있을 뿐.  
한 곡조 끝나도 그대만 남아 
그대를 그대의 가락에 태워 보낼 수 있을 뿐.

▲ 수많은 예술인을 배출한 대학로 문화의 산실, 소극장 학전을 세운 운영자이자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 대표가 별세했다. 향년 73세.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학전>
▲ 수많은 예술인을 배출한 대학로 문화의 산실, 소극장 학전을 세운 운영자이자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 대표가 별세했다. 향년 73세.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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