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가자 사람들
주머니 속에 한 줌 넣고 가서
사방이 막힌 팔레스타인 장벽 밑에
다시 뿌린다.
이 손을 놓치지 말자.
언제나 다정하게 한 쌍씩 콩깍지에 들어가 산다.
흙이 메말라도 살아내야 한다.
높은 사막 능선인들 어쩌랴.
추운 밤 어미가 얼어죽어도
렌틸 종자만은 남겨두어라.
그건 네 자식을 먹는 것이다.
먼 별빛은 신맛이 나고
달빛에서 단맛이 날 때까지
빌고 빈다.
아침이면 절로 향신료가 스미길 비손한 게
몇 해더냐.
몇 해이더냐.
사나운 모래바람에 멀리 날려가
철조망 너머에서
흰 싹이 돋는 날 돌아가리니.
자루 속에 렌틸콩 몇 줌 넣고.
다시 돌아가련다.
사내들은 총을 엇메고.
렌틸콩은
장벽 안을 떠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얼굴.
렌틸 스프를 떠먹으면
볼록한 콩알 하나하나가 렌즈인 양 맛이 확대되어 보인다.
쫓겨가는 어머니들 기도소리가
굽은 숟가락 뒤에서
중얼중얼 들린다.
* lentil의 어원은 Lens다. 이 볼록한 콩 모양에서 렌즈라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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