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해성] 선거란 배제다

4.10 총선은 징벌 투표로 배제를 실현하는 날

옛 아테네든 어디든 절차 민주제가 생긴 이래로 아시아 대륙에서 온전히 선거를 치르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선거가 통치 권력에 대한 징치 효과를 제대로 내고 있는 곳 또한 한국이다. 알다시피 일본 사회는 선거 형식이 오래 존립해왔지만 사실상 자민당 일당 독재다. 한국인은 이 점에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하다.

총선은 대선도 아니고 지방 선거도 아니다. 일본에는 총선거가 없다. 미국에도 총선거가 없다. 유권자 모두가 같은 시기에 치르는 선거에 투표권을 갖는 선거가 총선이다. 민의를 수렴하는 기구인 국회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게 총선이다.

흔히 선거를 덜 나쁜 놈(차악)을 선택한다고들 한다. 어설픈 말이다. 선거가 지닌 비의가 있다. 선거란 배제를 선택하는 일이 진짜다. 거악을 징벌하는 것이 우선한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을 찍을지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배제시킬 자를 찍어내고자 한다면 벌써 충분히 슬기로운 결정을 내린 셈이다.

이번 총선이야말로 배제를 선택해야 하는 선거다. 내 주권에 대한 침해, 역사와 민족, 국가 주권에 대한 모욕, 내가 위임한 것에 대한 능멸을 감행한 자들을 쫓아내는 것이 이 선거의 첫 번째 임무다.

제22대 총선은 저 촛불혁명으로 주권자가 만들어낸 위대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역사를 다시 제 방향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한낱 어떤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주권의 승리를 통해 개혁과 전진을 위한 밑돌을 놓아야 한다.

우선 총선은 독립운동가들을 모멸해온 권력에 대한 징벌을 가해야 한다. 이들은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자들과 결탁하여 숭고한 항일투쟁 역사를 깡그리 부인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성립 근거인 3.1운동 가치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자들이다. 따라서 역사 주권을 포기한 자들을 위임의 자리에서 추방시켜야 한다.

헌법에 뚜렷하게 명시되어 있는 평화통일 책무는 아예 망각한 채 최악의 남북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반평화 세력을 축출하는 일은 주권자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책무다. 이는 권리라기보다 의무다.

나라 곳간을 거덜내고 몇 십 조원 부자 감세를 하면서 민생을 파멸 상태로 몰아넣고도 대파 따위를 들고 설치는 반민생 세력이 권력을 더 이상 향유케 해서는 안 된다. 다수 대중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걸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 양식 있는 주권자라면 징벌 투표로 부당한 반민생 권력을 중지시키는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귀 달린 자의 귀를 의심케 하는 ‘바이든 날리면’ 따위나 걸핏하면 나타나는 ‘입틀막’에서 보듯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권 자체를 억압 후퇴시키고,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 관련 주체와 나눠야 하는 대화를 모욕으로 여기는 해괴한 권력 집단에게 주권자는 단호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권력에서 손을 떼게 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와 해병 사망을 둘러싼 무능과 거짓과 폭압은 이들에게 더는 국가와 사회 운영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걸 권력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이들은 주권자의 생명권조차 지켜내지 못하고 그 비극의 진실을 조사하는 일마저 가로 막고 있다.

이 정권은 국회의 고유 권능을 아예 불인정하고 있다. 법률안과 특별법 거부권 행사는 일상이 되었다. 여기에는 하물며 대통령 부인의 주가조작 의혹까지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제왕도 감히 할 수 없는 부당한 특권 행사다. 이를 내려놓게 해야 한다.

이 비상식 정권을 유지시키는 힘은 민심이 아니라 비선출 권력기구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 세력은 군사독재 체제에서 군림했던 하나회처럼 권력의 회전문을 들락거리면서 선출 권력보다 위에서 정치와 통치를 수행하고 있다. 설령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검찰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개혁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고 있다. 이 권력은 근본부터 바꿔내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 총선 민의는 이를 외치고 있다.

▲ 서해성 작가.
▲ 서해성 작가.

총선거를 통해 총체로 국가를 바꿀 수는 없어도 개혁의 주춧돌을 놓고 미래의 기둥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주권을 능멸하는 세력을 국가 의사 결정체제에서 추방해야 한다.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내 손을 보탤 때만 세상은 바뀐다. 투표는 그 장치다. 선거는 시대마다 의제를 달리한다. 이번 총선의 목표는 배제다. 징벌과 배제를 통한 권력 교체다. 이제 아시아 최고 민주국가 주권자로서 힘을 입증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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