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 서해성] 동상 암살

▲ 2018년 3월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이 거행됐다.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소총탄 5만 여발 분량)을 녹여 제작했다. <사진제공=뉴시스>
▲ 2018년 3월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이 거행됐다.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소총탄 5만 여발 분량)을 녹여 제작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동상도 암살된다. 
광복 뒤 살아서 귀환한 독립군들은 마저 소탕되었다. 
조국의 총알로. 

나라가 해방되었다고 해서 다 해방되는 건 아니다. 
어젯밤 다시 김좌진이 암살된다는 풍문이 돌았다. 
지청천이라고도 했다. 
저 광복군 총사령관 말이다. 
홍범도 옆에 흉상으로 선 연좌죄로 함께 처형될 것이라고 했다. 
이범석은 아라사 권총을 들고 싸웠으므로 죄가 되었을까. 
아침 아홉 시 
이회영이 청동 쇳물로 돌아간다는 소문을 누군가 확인했다. 

동상도 암살된다. 
죽은 자들을 소탕하라. 
동상을 소탕하라. 
얼굴 모양을 빚어 생물이 된 죄로 
육군사관학교 교정에서 
다섯 동상이 암살되려 하고 있다. 

병사들이 사용한 탄피 5만 발을 녹여서 만든 게 죄였을까. 
동상이 암살되는 나라가 있다. 
잃어버린 나라를 총칼로 되찾고자 한 건 
오래도록 죄였다. 
버젓이 지금도 죄다. 

▲ 서해성 작가
▲ 서해성 작가

동상이 울고 있다. 
산 자들을 암살하던 때가 차라리 나았던 것일까. 
죽어서 겨우 살아난 동상들이 암살되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 
다섯 동상이 빗속에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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