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 서해성] 백색 테러

새해가 칼에 찔린 채 지금 막 당도했다. 
올해 첫 날은 1월2일에 이렇게 피로 시작되었다. 
야당 대표 목덜미를 베면서. 

오늘 베인 것은 민주요, 상식이다. 
칼날의 이름은 혐오 섞인 증오다. 
증오는 굳이 갈지 않아도 날마다 날이 번뜩인다. 

국졸 소년공 출신이라니 전염병보다 견딜 수 없다. 
가족사 또한 역겹다. 
팔이 굽은 것도 싫다. 

언론은 혐오를 꾸준히 팔았다. 
경쟁자들은 비하를 합리로 포장했다. 
권력과 검찰은 증오가 육법전서에 있는 양 과학화했다. 

맹종은 종교보다 뜨겁다. 
증오는 신념보다 날카롭다. 

기억한다. 
안두희도 한독당 당원이었다. 
그러므로 암살은 김구 세력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어야 했다. 

혐오, 비하, 증오의 숫돌을 누가 만들어주었는가. 
무엇이 칼날을 슴벅거리게 세워주었는가. 
어느 속삭임이 칼을 숨긴 자를 거기로 데려갔는가. 

흰 낮인 양 꾸민 백주의 습격이 민주를 저격했다.
정오를 가장한 칼날이 새해를 찔렀다. 
쓰러진 광장에 피가 솟는다. 

▲ 서해성 작가
▲ 서해성 작가

저 피로 무엇이라고 쓸 것인가. 
흰 낮이 묻는다. 
광장이 잠들지 못하고 묻는다. 
칼날을 붙든 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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