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 형 먼 길 가시는 길에
말단비대증 굵은 손가락으로 써내려간
문장은 보드라웠다.
자신이 고문 받던 기억도
수 놓듯이 쓰지 않고는 못 배겨 냈다.
불밭을 헤쳐가는 치열한 현실문학에
물기 촉촉한 인간의 다리를 놓으면서 나아갔다.
술자리 끝나고 날마다 이별을 두려워하여
벗이 앉았다가 떠난 굳은 돌에서도 눈물을 보았다.
늘 일렁이는 큰 눈망울은
펜으로 찍어 쓰면 먹으로 번질 것만 같았다.
크낙새 우는 하늘을 붙잡아놓고 대포 한 잔 하자던
옛 약속을 잊고 가버렸다.
거기가 어디라고 혼자 보내기에는
봄 빗줄기 길게 날려서 저 길 가도가도 멀겠구나.
* 나이든 선생 선배들만 떠나는 줄 알았더니 봄비 뿌리는 오늘(9일) 하오에 가까운 선배 부고를 받았다. 죽음이여 너는 좋겠다. 너를 봄 강물 같은 문장으로 새겨줄 사람 방금 내려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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