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선생 가시는 길에
비료푸대에 쓴 듯 가난하고 빼앗긴 사람들의 고단한 언어에 가락을 얹어 기록했다. 시를 읽으면 울면서도 절로 추임새를 넣고 싶었다.
종자값에 한숨 짓는 농투성이네 눈물, 산판하는 목도꾼 땀방울이 잉크라는 걸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서글픈 자의 눈물을 벗삼고 배고픈 자의 땀을 스승으로 모셨다.
불밭에서도 은하수를 우러르게 하는 거룩한 시심이 아니라 뜨거운 발가락 사이에서 쓰라린 하루를 빛나게 발견하게끔 하는 힘이 솟는 시였다.
샘개(마포)에서 목계, 노은 지나 강물 거슬러 새재까지 다 고향이었다. 고향 없는 것들의 고향이 시에 있었다.
흙에 뿌리면 다시 싹이 돋아날 말, 물에 넣으면 조선 붕어로 헤엄쳐갈 말이었다. 헌사 따위, 조사 따위 어울리지 않는 키 작은 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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