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고발한다(4)
주변 사람들이 내게 가진 오해가 있다. 다름 아닌 나를 전업투자자로 아는 것. 확언하건대 나는 전업투자자가 아니다. 주식투자는 부업으로 하는 재테크의 하나에 불과하다. 본업은 저작권관련 사업체 오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의외로 전업투자자가 많다. 말 그대로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시는 분들인데, 오늘은 이분들에게 좀 불편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전업투자 절대로 하시지 말라는 얘기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드리겠다.
전업투자자들은 내가 고른 종목이 단기간에 고점에 달해 곧 내가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하게 된다. 하루에 몇 십 만원씩이라도 꾸준히 벌면 회사 다니는 월급쟁이들에 비해 벌이도 좋다고 자랑한다. 그래. 유혹은 늘 달콤한 법이다. 과연 그럴까?
주식투자는 심리전이다. 심리전이란 하는 이유는 투자자의 주식매매의 심리에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승패가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개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는 공포를 느낀다. 공포의 강도는 여유자금 대비 투자금액 비중이 클수록 강하다. 더욱이 생활비를 주식투자 수익으로 충당해야 하는 전업투자자의 경우 공포는 더 무섭게 다가온다. 공포심은 “주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는 초보투자자의 상식마저도 순간 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는 공포로부터 빠져 나오기 위해 들고 있던 주식을 던지도록 유혹 받는다. 이른바 손절매이다. 여유 없으면 진다. 이것은 주식투자의 중요한 상식이다.
전업투자자들은 항변할 것이다. 우리가 바보냐고,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투자 하는 줄 아냐고. 보통 이럴 때 이분들이 내세우는 것이 바로 ‘욕심 없는 목표수익률’이다. 목표수익률을 이야기하는 전업투자자들은 대부분이 단타 또는 스캘퍼(초나 분단위로 매매하는 초단타 매매) 방식을 선호한다. 이들의 목표수익률은 대개 1 ~ 5% 수준이다. 목표한 수익률을 만족시키면 바로 털고 나오는 방법이다. 그래, 논리는 쉽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논리의 뒷면에는 3~5% 하락하면 무조건 팔아버리는 ‘욕심 없는 손절매’라는 부분이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전업투자자의 투자방식은 ‘상승장’에서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상승과 하락이 반복하는 주식시장에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음이 이미 수학적 확률상, 주변인의 경험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5%의 수익률을 목표로 분주히 HTS 모니터 앞에서 하루를 소진하다 보면 금전적 손실 이외에 더욱 큰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우선 하루 하루의 주가 등락이 가정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다행스럽게 가족이 없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간 사회생활로 형성된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닫히게 된다. 주변의 전업투자자들을 만나면 딱한 것이 모니터 앞에 하루 종일 매달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어느 순간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기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전업투자의 길, 너무 고독하다.
취업대란이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갈 곳이 없다. 그런데 전업투자는 누구나 원하면 가능하다. 진입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희소식인가. 그러다 보니 전업투자를 아예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하는 경향까지 생겨났다. 하나 둘 모여 투자동아리를 만들거나 전업투자자가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함께 모여 투자하자는 구인 광고도 많아진다. 경계하라. 뚫렸다고 모두 길이 아니다.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투자를 하겠다는 후배가 찾아왔다. 소주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죽을 각오로 투자에 임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젊었으니 실패도 감수하겠다는 단호한 생각마저 있었다. 나는 한마디만 하고 술자리를 마감했다.
“절대 결혼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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