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뉴스닷컴
소비자go
증권사 직원 죽이는 약정영업[기고]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고발한다(13)
  • 2

불곰  |  balnews21@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04.20  10:07:23
수정 2013.04.27  09:48:16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새 직장에 입사하는 후배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자기 월급의 3배 이상 이익을 회사에 벌어줄 수 있어야 회사가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실적이 곧 인격이라는 거 농담이 아니다. 회사는 이익 창출을 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제조업도 마찬가지지만 서비스업의 경우 실적 향상에 제일 중요한 수단은 영업이다. 업종에 따라 영업은 난이도의 차이가 천양지차다. 오늘은 조금 난이도가 높은 영업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영업 중에 난이도가 제일 높은 것 중에 하나가 보험영업이다. 보험영업으로 성공하면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정말 그렇다. 보험영업 참 힘들다. 보험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다. 또 대부분 보험 영업사원들의 경우 지인이나 친척들을 1차적 영업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영업의 폭과 대상을 넓히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보험영업보다 더 고난도의 영업이 있다. 바로 증권영업이다. 증권영업은 보험처럼 고객에게 보장된 혜택이 없다. 금전적 이익을 고객에게 줘야 고객 관리와 유지가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한번 계약으로 영업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한 계속 응대해 줘야 하는 스트레스 또한 대단하다. 그런데 최고의 스트레스는 뭐니 뭐니 해도 주식 약정영업일 것이다.

증권회사 영업직원들이 유능한 인재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약정영업을 잘 해야 한다. 직위별로 할당된 약정금액을 척척 채워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약정금액은 주식매매 대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봉이 1억원인 증권 영업맨이 벌어야 하는 약정수수료는 대략 3억원 정도다. 약정금액으로 계산하면 600억이다. (보통 1억 매매에 50만원의 수수료계산) 매달 50억원의 약정을 채우기 위해 고객이 계속 매매를 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전과 다르게 요즘 고객들은 현명해지고 똑똑해져서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스트레스다.

통상 이런 스트레스를 '약정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약정스트레스 끝에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 그게 바로 '불법적 임의매매'와 '불법적 일임매매' 또는 '원금보장 약속'과 같은 불법행위들이다. 이런 부작용은 종종 사회면 기사로 나타나는데, 그게 바로 '증권사 영업맨 투자실패로 자살하다' 류의 기사다. 하지만 이건 취재가 부족한 잘못된 기사다. 고객 돈을 잃었다고 처자식을 남기고 무턱대고 자살하는 가장은 없다. 할당된 약정을 채우기 위해 고객의 돈이 아닌 자기 돈으로 매매를 하다 실패해서 실의에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권사들은 캠페인이나 약정을 직원들에게 독려하면서 직원 자살문제가 터질 때마다 해당 영업사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참으로 의리 없는 집단이다.

이 현실을 명쾌하게 표현했던 사람을 기억한다. 2006년 우리투자증권 A전무다. 그는 증권영업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에서 증권사 직원을 '앵벌이'에 증권사 대표이사를 '앵벌이 대장'에 비유했었다.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의 주식투자문화가 이렇게 혼탁해진 건 구조적으로 약정영업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이유도 바로 이 약정영업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증권사는 변신하여야 한다. 거래수수료를 벌어들일 목적으로 한 거래회전율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길이 눈앞에 있는데 왜 돌아 가는가. 고객의 수익증대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도 경영, 즉 고객의 수익률에 연동된 직원급여 책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객 돈 많이 벌어주는 직원에게 그만큼 더 많은 월급을 주라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문제가 있다. 증권사의 주식 약정영업에 대한 폐해와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단순히 거래회전율만을 높여 0.3%의 '증권거래세'만을 떼가면 그만이라는 태도. 정말 문제 있다.

얼마 전 고려대학교 가치투자 동아리로부터 강의요청을 받고 나갔다. 학생들과 식사를 하며 느꼈다. 명문대 학생들답게 모두 총명하고 참 똑똑했다. 몇몇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증권회사는 MBA나 금융공학 등을 전공한 인재보다 그저 약정영업을 척척 잘해내는 영업맨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기가 쉽지 않았다. 왜 부모가 부자여야 증권회사 입사가 쉬운지, 입사 이후에도 잘 나가게 되는지. 못난 선배의 타들어 가는 입술을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주식시장의 물구나무선 원칙, 과연 누가 다시 세워줄 것인가.  


※ 외부기고는 ‘go발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불곰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샴숑맨 2013-08-10 15:00:16

    어떤 증권사 지점장은 수 년간 한 곳에 근무하다가 1년 정도 바로 옆 도시 지점장으로, 그리고 다시 한 곳으로 몇 년간 근무하다가 또 다시 옆 도시 지점장으로, 그리고 도로 한 곳 지점장으로 오곤 하는데 이 지점장의 아버지가 어마어마한 자산가라는 사실!! 평회사원도 아닌 지점장인데도 이러니 바로 위 내용과 딱 맞는 얘기임.신고 | 삭제

    • 솔방울 2013-04-24 10:52:17

      결국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정부에서 순진한 국민들의 피해를 손 놓고 있다는 것이군.
      직무유기이니 세금으로 월급을 주지 말아야 해!신고 | 삭제

      “저리톡이 편향적이라고? 근거를 대라”

      “저리톡이 편향적이라고? 근거를 대라”

      지난 8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KBS <저널리즘...
      “대북문제, 지금이라도 초당적 협력체제 만들어야”

      “대북문제, 지금이라도 초당적 협력체제 만들어야”

      정확히 1년 전인 2018년 12월 우리나라에서는 ...
      김종대 “비례의석 60석 이하면 연동형 하나 마나”

      김종대 “비례의석 60석 이하면 연동형 하나 마나”

      국회 상황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지난...
      “JTBC를 제외한 종편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

      “JTBC를 제외한 종편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

      1일로 JTBC, MBN, TV조선, 채널A 등 종...
      가장 많이 본 기사
      1
      ‘30대 지지율’ 9% ‘절대 안 찍는다’ 44%…황교안의 업적
      2
      ‘PD수첩’ 사과 요구 성명서 낸 법조기자단…주진우 “쪽팔리지 않으세요?” 
      3
      유시민 “A수사관 유족들, 유서도 못봐…검찰 너무 무도해”
      4
      언론, ‘윤석열과 호흡’ 운운..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참모냐?”
      5
      대검 “PD수첩 악의적 보도”…한학수 “보신 국민들 판단할 것”
      6
      ‘김진표 국무총리설’ 보도 언론에 우상호 “자기들이 대통령인가?”
      7
      검찰과 기자단 비판한 PD수첩…PD수첩 비판한 언론
      8
      윤석열 7개월째 ‘패트수사’ 뭉기적…“고의라면 국기문란죄”
      9
      ‘논두렁 시계’ 이인규 美서 귀국.. “안심하고 들어왔을 것”
      10
      “조국은 어디에?”..애타는 조선일보의 스토킹, 해도해도 너무한다
      go발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00-115  |  대표전화 : 02-325-8769  |  팩스번호 : 02-325-876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영우
      사업자등록번호 : 105-87-76922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02285  |  등록일: 2012년 10월 9일  |  발행/편집인 : 김영우
      공식계좌 : 국민은행 090501-04-230157, 예금주 : (주)발뉴스
      Copyright © 2012 go발뉴스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alnews21@gmail.com
      저희 ‘go발뉴스’에 실린 내용 중 블로거글, 제휴기사, 칼럼 등 일부내용은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