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통역과 증권회사

[기고]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고발한다(19)

 
 

중국에서 의류수입을 하던 사업가 지인이 있다. 어느 날 그의 부탁으로 중국 파트너와의 미팅자리에 함께 나갔다. 그 자리에는 지인이 고용한 통역이 있었고, 통역은 내가 중국어를 구사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내가 정말 중국어를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자, 통역의 활약이 시작됐다. 내 지인의 통역은 말 그대로 사기꾼이었다. 통역을 내 지인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윤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좋습니다. 개당 2불에 납품을 받겠습니다. 납품기일만 잘 지켜달라고 얘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이번 계약 성사되면 개당 0.5불씩 커미션으로 주겠다는 약속 지킬 거지요?”
“커미션 약속대로 주겠소.”
“뭐랍니까?”
“납품기일은 물론 품질도 최고로 만들어 드린답니다. 걱정 마십시오.”

이런 식이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 통역은 내 지인이 오랫동안 철석처럼 믿어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내게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지인은 크게 실망하고 통역을 교체하였다. 뒤늦게 중국어를 공부해야겠다고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사업가 지인은 부도를 맞았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중국어를 모르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강조하기 위해 골라본 에피소드다.

주식도 똑 같다. 주식투자에 있어 기초적인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언어가 있다. 그게 내가 이곳에서 몇 차례 강조한 기본적인 주식 분석방법이다. 기본적인 분석법 조차 모르고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중국어 한마디 못하면서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과 눈곱만큼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집단소송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할말은 해야겠다. 상당수 증권사 영업직원들 겉모습은 미소로 치장하고 있지만 자기 장사에 골몰하고 있는 중국어 통역과 똑같다.

고객의 면전에서는 오로지 고객의 이윤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입바른 소리를 하지만 실제는 자신의 커미션에만 관심이 있는 통역을 빼 닮았다. 단타를 하고 잦은 매매를 하게 되면 투자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면서 고객들에게는 잦은 매매를 유도하고 있지 않는가. 자신의 성과 때문이다.

중국사업을 직접 수행해 보고 주변 사람들의 컨설팅을 해주면서 느낀 점이 있다. 통역이 자기 수익을 위해 부정행위를 하는 것 말고도 중국 비즈니스 문화를 잘 모르는 한국 사업가들은 통역에게 사업상의 조언까지도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통역이 통역을 넘어 사업컨설팅을 담당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통역이 조언하는 사업자와 접촉을 하고, 통역이 조언하는 사업아이템에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사업의 주체가 내가 아닌 통역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심지어 사업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던 통역에게 내 사업을 맡기게 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증권 투자도 똑 같다. 내 사업을 통째로 갖다 바치는 경우가 많다.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투자자들은 증권사 영업사원에게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조건으로 모든 매매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이걸 일임매매라고 한다. 통역에게 사업을 갖다 바치는 경우다.

일임매매를 하는 순간,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자의 원금은 줄어들고 주식시장 통역의 커미션 격인 증권사 수수료 수입은 계속 늘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해 보라. 통역들이 선정한 종목에 내 재산을 맡기는 꼴이니 이 또한 한심한 일이 아닌가.

당구장에서는 결국 당구장 주인이 돈을 번다는 말이 있다. 손님이 아무리 당구를 잘 쳐도 결국 당구장 주인만 돈을 번다. 통역도 마찬가지다. 의뢰인이 망하든 말든 통역은 돈을 번다. 한국인 사업가들은 망했는데도 중국업체들과 내밀한(?) 관계를 가져온 통역들은 부자가 되었다는 말을 너무나 자주 들었다.

대다수의 개미투자자들은 깡통을 차는데 증권사들은 살이 찐다. 같은 이치다.

중국어를 못하면 중국비즈니스를 하지 말라. 같은 이치다. 최소한의 주식공부도 하지 않고 ‘어설픈 통역’에 의존하는 주식투자 절대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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