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혼당하는 남자와 주식

[기고]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고발한다(18)

 
 

“주식과 결혼하지 마라”라는 격언이 있다.

이 말 들어본 적이 있으면 당신은 주식에 초급 정도의 견문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 주식 격언을 풀이해보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너무 믿어서 애착을 가지다 보면 손실이 나도 팔지 못해 손실이 깊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적당히 살다가 적당한 시점에 헤어지라는 얘기다. 일견 그럴싸 해 보인다.

증권전문가들의 해설이 덧붙혀지면, 설득력은 조금 더 높아진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증권전문가 A의 해설을 간추려봤다.

“주식투자자는 주식시장 환경의 흐름을 잘 파악해서 보유한 주식이 시장으로부터 소외를 당한다면 새로운 시장의 미인주 혹은 주도주로의 종목교체가 필요합니다.”

이거, 결국 단타매매 하자는 거다.

주식과 결혼했던 사람이 헤어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의식이 있다. 사람끼리는 이혼을 해야 하는데 주식시장에서는 ‘손절매’라는 걸 해야 한다.

혹시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혼도 종류가 많다. 손절매도 그렇다.

손절매의 종류에는 3%, 5%, 10%, 20% 등이 있다. 이건 무슨 말이냐면, 사전에 투자자가 % 별로 손절매라인을 정해놓고 이행하는 것이다. 즉 ‘3% 손절매’라면 주가가 3% 하락하면 무조건 매도한다는 뜻이다. ‘3번 외박하면 이혼’ 이런 식으로 정해놓고 결혼한 뒤, 상황이 충족되면 자동 이혼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추가로 우려되는 손실을 막기 위한 예방적 목적이다. 일견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연예를 독려하는 결혼정보회사들의 장사를 하는 행태가 그렇다. 칼 만 안 들었지 거의 범죄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증권전문가들은 개미투자자들이 여러모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신문을 펴고 경제TV를 틀면 나온다. 오늘도 수많은 개미들은 이들의 주식강의를 열공하고 있고, 좋은 종목을 추천받기 위해 밤을 지새고 있다.

그런데 이들 증권전문가들의 종목 추천방식을 보면 같은 학원에서 수강한 동문들 처럼 접근방식이 거의 비슷하다. 이런식이다.

“음.. 제가 추천해드리는 종목들은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입니다. 즉 저평가 되어 있다는 얘깁니다. 남들이 모르는 숨어있는 진주죠. 현재가 보다 10% 정도를 목표가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들 전문가들이 목표가 외에 친절하게 손절가도 지정해 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10%가 목표가인데, 10% 정도 낮은 가격을 손절가로 지정해준다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는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추전한 주식이 10% 더 하락하면, 이건 완전 초저평가 상태니 더 투자하기 좋은 상품인데. 갑자기 손해를 보고 팔라고 하니. 이건 앞뒤가 안맞아도 한참 안맞는 얘기다.

마담뚜가 말한다. 옆집 회사원 소형차 타고 다니지만 부모 유산이 한 백억된다고. 저평가된 신랑감이니 잡으라고. 그런데 그 회사원이 만일 차를 팔고 경차로 바꿔 타면 그만 헤어지라고.

이 마담뚜는 제대로 된 정신일까? 고객들이 항의하면 마담뚜는 말한다.

“결혼시장이 무너졌다”

뭔 소린가? 하지만 실제 그렇다. 저평가주를 권하면서 동시에 손절매선을 정해주는 증권전문가들의 논리가 그렇다.

이를 테면 ‘수급이 무너졌다’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런가 하면 ‘모멘텀이 소멸됐다’거나 ‘추세가 이탈했다’는 설명도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모두 알듯 말듯 뜬구름 잡는 소리들이다.

소리는 달라도 내용적으로는 ‘예상이 빗나갔으니 팝시다’ 이런 얘기 아닌가.

‘go발뉴스’ 독자들에게 말씀드린다. 이 땅의 주식 결혼 문화는 크게 잘못됐다고. 어디 이혼하기로 작정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적어도 주식시장은 그렇다. 결혼하기 전에 이혼의 조건을 세운다.

주식투자를 위한 종목선정은 결혼할 배우자를 찾는 과정과 똑같다.

사람이 결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검증과정을 거치는가. 마찬가지다. 주식투자도 수많은 분석과 확인을 거쳐 확신을 갖고 이뤄져야 한다. 또한 결혼 배우자가 사소한 실수나 흠이 발견됐다고 곧바로 이혼하지 않고 신뢰의 눈으로 지켜봐 주는 것처럼, 주식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이혼 필요하다. 주식도 손절매가 필요할 때가 있다.

배우자의 배신. 그것은 충분한 이혼 사유다. 이를테면, 소액주주들을 무시하고 제3자의 이권을 위해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을 발행하는 경우가 그렇다. 배신이다. 배반이다. 혹은 기업의 펀더멘탈이 급변했을 때이다. 이때는 냉정하게 갈라서야 한다. 바로 그때가 손절매 타이밍이다.

짧지 않은 결혼생활을 영위하며 생각한다. 아내가 믿고 기다려주지 않았던들 나는 얼마나 많은 손절매를 당했을 것인가.  


※ 외부기고는 ‘go발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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