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해성] ‘악취’공화국.. 헌법은 어디에 있는가

헌법.. “수호노력 없이 유지 어려워”

서해성 소설가(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페이스북(서해성)'
서해성 소설가(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페이스북(서해성)'

악취 자본주의

청소부가 말을 하는 데
1백만 원을 내야 하는 나라가 있다
노동은 쓰레기
이것이 악취 자본주의

청소부가 글자 한 줄 쓰는 데
1백만 원 내기를 하는 대학이 있다
폭력은 지성의 근육
이것이 자본의 배설물

화장실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게 하는
사회가 있다
청소부는 쓰레기의 일부
이것이 먹어대기만 할 뿐인 항문 없는 자본주의

누가 물을 내릴 것인가


노동자 하대하는 ‘악취’공화국

청소부를 쓰레기 취급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거대한 악취다. 노동 천시사회, 노동자를 하대하는 사회가 바로 악취인 것이다. 일상적으로 ‘앉지도 마, 말하지도 마’를 요구 받고 있는 이들의 처지는 우리 헌법과 대한민국이 처한 위치와도 닮아 있다.

오늘 한국 사회는 거대한 악취가 나는 곳이 되었다. 주권자는 맘 편히 발 뻗을 곳이 없고 헌법 가치가 훼손된 채 공화정은 긴 겨울을 나고 있다. 여기에 대해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마구잡이로 종북몰이를 당해왔다. 악취 나는 곳은 권력뿐 아니라 국가기밀을 지키듯 세상 정의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악취는 자본과 권력, 언론에서 풍겨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교학사 해프닝.. “시민의 힘만이 헌법 수호”

지난 한 주 동안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선정문제가 한국사회를 한 바탕 쓸고 갔다. 사실관계에 대한 오류와 왜곡을 지적 받아온 한 출판사의 책은 사실상 역사 교과서로 채택되지 못했다. 출판은 했으되 외면당한 그 책은 그리하여 역사책이 아니라 ‘역사적 책’이 된 것이다. 권력이 그 ‘역사적 교과서’를 비호했음에도 한국 시민은 위대한 힘을 스스로에게 입증하고 성장세대에게 보여준 것이다. 대선 부정 문제 또한 다르지 않다. 시민의 근육만이 헌법과 헌법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헌법.. “수호노력 없이 유지 어려워”

다음 주 화요일 1월 14일은 박종철 학생 27주기다. 그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 끝에 사망하였다. 그 일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참여가 세상을 바꿔 87년 헌법, 곧 지금 체제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 헌법의 출생 장소가 바로 그 남영동이고, 그리하여 헌법 첫 줄은 물에 젖어 있는 것이다.

그 헌법은 어디에 거처하는가. 헌법은 출생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끊임없는 노력과 활동이 지속되지 않는 한 헌법 가치는 유지되기 어렵다. 박종철 학생이 떠난 의미를 올해보다 생생하게 깨닫게 하는 경우는 없었다. 헌법의 거처는 시대양심과 나의 양심의 처소와 일치한다. 당신의 헌법은 어디에 거처하는가. 박종철의 이름으로 이 겨울바람이 질문하고 있다.  

[편집자註] 서해성 교수의 ‘시론’은 매주 목요일 뉴스독립군 <고발뉴스>를 통해 방송되는 ‘서해성의 3분 직설’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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