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방아쇠 결국 자신을 향할 뿐”
[편집자주]서해성 교수의 ‘시론’은 매주 목요일 ‘데일리 고발뉴스’를 통해 방송되는 ‘서해성의 3분 직설’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노래함.. 惡의 시편
惡의 시편
이것은 惡의 시편.
권력과 자본과 애국심이라는 마성이 쓰는.
계기적 파열음과 폭발과 융기, 파괴에서
전쟁, 이것은 악마의 시편.
국토에서 펼쳐지는 惡의 연주
피를 머금어야만 윤기가 흐르는 오직 쇠로 된 너의 근육.
무기는 악기, 惡의 악기.
대포는 관악기, 철조망은 현악기, 저 탱크는 타악기.
너의 콘서트홀은
대지, 국토, 그리고 인간의 땅.
강과 냇물, 꽃핀 들녘,
전쟁이 끝나도 연주는 계속되고
노루 한 마리 지뢰밭에 뛰놀고 있는 계곡 깊은 산과 비탈.
골목에서 흘레붙던 개와 채마밭 나비와 발밑 개미새끼들까지도 청중으로 삼고
연주를 지휘하는 인자한 신사들은
흰 머리칼 날리면서 광기어린 애국심을 감기약에 섞어 투여할 뿐.
이것은 보이지 않는 마취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연주를 듣는다.
밤낮없이 연주되는 무기의 관현악
한반도에서는 60년째 연주중인 무기들의 관현악 행진곡.
병사는 죽어 무명용사비 일부가 되지만,
무기는 죽지 않고 전쟁기념관으로 간다.
죽지 않는다, 결코 죽지 않는다.
밤에도, 낮에도 아직 연주중이다.
모든 방아쇠 결국 자신을 향할 뿐
‘나에게 경배하라.
스물한 살이면 악기 연주법을 익혀야 한다!
너의 오른손 집게손가락 끝에 연주를 맡긴다.’
너는 惡의 시편에서 고작 토씨 하나.
모든 방아쇠는 자신을 향할 뿐.
애인의 심장을 향할 뿐.
‣ 8.29 ‘데일리 고발뉴스’ 서해성의 3분 직설-‘惡의 시편’(13분 48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