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해성] 이 또한 이기리라

“대중이 모이는 광장이 민주주의다”

※ 편집자주: 서해성 교수의 시론은 매주 목요일 데일리 고발뉴스를 통해 방송되는 서해성의 3분 직설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이기리라

“시대는 묻는다.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하나”
얼마나 더 높은 언덕을 넘어야 할까. 오늘, 사람들은 묻고 있다. 또 얼마나 더 깊은 강물을 건너야 할까. 오늘, 시대는 자문하고 있다. 다시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할까. 길은 지나온 제 자취를 돌아보며 신발 끈을 고쳐 묶고 있다.

“촛불로 길 만드는 용기있는 시민들”
주말마다 몇 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광장으로 몰려나와 길이 되고자 하고 있다. 길이 되고 있다. 그들 손에는 촛불이 들려 있다. 파괴된 헌정질서를 회복코자 하는 주권자들의 등불이다. 스스로를 비추고 대중과 시대를 비추고자 하는 용기이자 지혜다. 4.19를 잇는 고등학생 시국선언이 있었고 문화인, 종교인, 대학교수, 사회운동가 등 시민사회의 광범한 외침이 광야를 울리고 있다. 직업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들의 눈물과 땀은 이 땅에 시대양심이 살아 있다는 자랑스러운 표징이자 정의를 지켜내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소설가 서해성 (한신대·성공회대 외래교수) ⓒ 서해성 교수 페이스북
소설가 서해성 (한신대·성공회대 외래교수) ⓒ 서해성 교수 페이스북

“시대를 밝힌 건 언제나 대중의 몫”
언제나 시대를 밝힌 건 대중의 몫이었다. 갑오년 동학혁명을 거쳐, 숱한 의병항쟁과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이 두루 그러하다. 오늘 시민들이 든 무기는 단 한 가지, 곧 촛불 뿐이다. 이는 공적 양심을 나타내는 대중적 자기 헌신의 빛으로 타오르고 있다.

“촛불에서 촛불로.. 정의와 확신을 잇는다”
촛불은 가장 낮은 곳에서 타올라 마침내 대지를 이룬다. 한 개 촛불은 미약하지만, 서로 벗하고 있는 두 개 촛불은 용기가 되고, 세 개 촛불은 연대로 타오른다. 촛불을 기우려 불꽃을 옮길 때 단지 촛불 하나가 아니라 정의와 확신이 함께 점화된다. 촛불을 든 사람이든 아니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이 촛불 행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이 모이는 광장이 민주주의다”
청계천이 다시 흐르고 있는 건 여름철 장맛비 때문이 아니다. 광장에서 흘린 대중의 땀과 눈물로만 시대의 강은 굽이쳐갈 수 있다. 강이 말을 할 때가 있다. 숲이 움직일 때가 있다. 그 강과 숲의 이름이 바로 정의이자 대중이다. 어느 시대든 대중은 모이는 것 자체가 지혜였다. 이 광장 지혜를 민주주의라 하는 것이다.

“북과 정의는 스스로 울지 않는다”
우리는 정의를 사랑하지만, 정의는 일찍이 한 번도 스스로 정의로운 적이 없었다. 대중의 호명에 응해 광장에 나올 때 정의는 비로소 정의로울 수 있다. 정의와 북은 한 통속이다. 북은 스스로 울지 않는다. 북은 쳐야만 온몸을 떨면서 운다. 우는 그 북의 이름이 정의다. 오늘 북을 쳐라.

“헌법질서 회복.. 대중은 끝내 이길 것”
얼마나 더 높은 산과 거친 물을 건너야 할까. 우리는 역사에서 알고 있다. 4월혁명과 5월광주와 6월민주항쟁의 힘으로 시대는 전진해왔다. 오늘, 이 고난 또한 대중은 헤쳐가고 끝내 이길 것이다. 그리고 오늘을 자랑스럽게 말하게 될 것이다. 헌법질서를 회복시켜냈노라고. 이것이 촛불의 정신이자 가치이자 행동이다. 넘기 힘든 높은 언덕은 탑이 되고 깊은 강물은 정의를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다.

“이 또한 이기리라”
이 또한 이기리라
거친 물에 배 띄우고
저 바다 건너리라
성난 바람 돛 올리고
더 나아가리라
이 또한 이기리라
찢어진 가슴 깃발 삼아
나는 말하리라
뜨거운 가슴 가슴
나는 노래하리라
이 또한 이기리라고
얼굴 얼굴 마주보면서
헤쳐가리라
이 또한 이기리라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