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해성] 아담, 너는 어디에 있느냐

“역사의 부름에 답하는 자유인이 되자”

“시국선언이 있어 새로운 아침”

오늘 아침은 새로운 아침이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주권자들은 오늘 아침 세상을 향해 정의를 외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시국선언서가 아침을 열고 있다.

이는 오래도록 독재의 억압과 역경을 헤쳐 온 이 땅 민주주의 역사의 역동적 구체이자 상징이다.

80년대 내내 선언서에서 풍기는 잉크 냄새는 곧 민주를 향한 시대의 향기였다.

서해성 소설가(한신대·성공회대 외래교수) ⓒ 서해성 교수 페이스북
서해성 소설가(한신대·성공회대 외래교수) ⓒ 서해성 교수 페이스북

“시국선언, 역사이자 문학”

한국 시국선언의 유구한 역사는 저 4.19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이승만 정권의 말로를 알리는 조종이었다.

6월 민주혁명은 시국선언서의 연속이자 그에 따른 대중 행동으로 전두환 권력을 무너뜨렸다.

그 역사의 외침이 오늘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생동하는 역사이자 문학이다.

아침이 시대 같이 온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현행 헌법은 그 힘으로 태어났다.

“한국 민주주의 쓰레기통에 처박혀”

주권자의 권력 위임제도인 선거를 조롱하고, 헌정체제 민주주의를 짓밟은 폭거에 대해 거대한 대중적 분노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이에 대한 경찰의 축소․은폐, 허수아비로 전락한 선관위, 권력에 무릎 꿇은 검찰, 그리고 파렴치한 수구언론의 합작품은 대중의 준엄한 질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거리에서, 교과서에서 배운 민주주의는 전혀 이것이 아니다.

지난 대선과정을 통해 6월 항쟁의 빛나는 성과물인 직선제와 한국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말았다.

이를 회복시킬 수 있는 건 오직 주권자뿐이다.

“위대한 역사는 주권자의 몫”

위대한 역사는 단 한 번도 정당이나 직업 정치인이 만들어낸 적이 없다.

이들은 그 수혜자들일 따름이다.

독재세력이야말로 가장 큰 혜택을 입었다.

오늘 공화정을 파괴하고 있는 자들은 현행 헌법이 탄생하는 걸 폭력으로 억압했던 자들이다.

곧 박정희, 전두환 그 장기 유신이 지속되길 바랐던 자들인 것이다.

공화정은 과정의 투명성으로 생성․유지‧발전한다.

대선과정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제압을 기획한 행위 등은 공화정의 윤리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중대한 반민주적 행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약탈이다.

“아담, 너는 어디에 있느냐”

기독교문화에서 인간사 첫 행위는 꾸짖음으로 시작된다.

선악과를 따먹은 뒤 인간이 신에게 들은 첫 마디는 ‘아담 너는 어디에 있느냐’였다. 양차 대전을 겪은 뒤 독일 작가 하인리히 뵐은 소설로 물었다.

‘아담 너는 어디에 있느냐’고. 원죄에서 이를 시대양심으로 치환한 것이다.

오늘 우리는, 6월 민주항쟁의 피와 땀과 눈물로 탄생시킨 공화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헌법이 무너진 광장에서 시대양심이 묻고 있다.

“역사의 부름에 답하는 자유인이 되자”

아담, 너는 어디에 있느냐.

양심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 먼 자유란, 귀머거리 새가 제 노래를 듣는 격이다.

역사는 묻고 있다.

이 역사의 부름에 대답하는 자유인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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