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해성] 이것은 사설국가다

“공화정 회복…주권자가 나서야”

※ 편집자주: 서해성 교수의 시론은 매주 목요일 데일리 고발뉴스를 통해 방송되는 서해성의 3분 직설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설정보기관으로 전락한 국정원

서해성 소설가(한신대·성공회대 외래교수) ⓒ 서해성 교수 페이스북
서해성 소설가(한신대·성공회대 외래교수) ⓒ 서해성 교수 페이스북

국가정보기관 대선개입은 과정의 윤리성으로 성립, 유지, 발전하는 공화정의 가치를 훼손하는 헌정질서 유린행위다. 이를 덮기 위해 북방어로한계선에 대한 남북정상간 대화록이라는 국가기밀 공개를 넘어, 국정원은 아예 정치집단으로 나서고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을 넘어 꼬리가 머리를 무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국가정보기관이 일개 정당에 복무한다면 이는 사설정보기관일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들이 정권인 양 행세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공무원 집단이 선출권력보다 우위에 서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국정원은 더 이상 국가기관은 아니게 된 셈이다. 지구상에서 비선출 국가기관이 이처럼 기이할 정도로 오만한 행동을 하는 일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

사설 미디어로 전락…한국 언론의 사망

언론 또한 사설 미디어로 전락해버렸다.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소멸은, 보도의 진실만 왜곡되고 있는 게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와 공화정의 운명, 주권자 개개인의 자유가 위축, 소멸해가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누리고 있는 ‘알 권리’와 ‘알릴 권리’는 언론의 독점물이 아니라 주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잠시 위임 받아 집행하고 있는 언론으로서는 ‘알 의무’와 ‘알릴 의무’를 말한다. 이는 언론 자신만의 사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권력, 정권만을 위한 권력으로 사유화되고 말았다. 언론으로서 한국의 미디어는 사망했다.

국정원장 개인비리 구속…주권자 조롱

경찰과 검찰 등 치안권과 공소권, 나아가 사법권은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가. 대선에 개입한 국정원장을 한낱 비리혐의로 구속한 건 국가권력의 중대한 위선이자 주권자에 대한 조롱이다. 헌정파괴행위를 감행한 최고 집행자로서 책임은 묻지 않은 채 인신구속이라는 제도를 통해 대중 분노를 완충시키겠다는 정교한 책략일 따름이다.

공화정 대한민국…사설국가로 전락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헌법질서는 훼손, 파괴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정상적인 공화정이라기보다 ‘사설국가’라고 하는 게 더 맞다. 사설국가란, 주권자가 온전히 존재한다고 하기도 민망한 지경을 말한다. 이는 비극적인 일이다. 공적 가치가 사라진, 생업과 쇼 비즈니스만이 있는 사설국가에 주권자나 국민은 없다. 개인이 소비자로만 존재할 때 국가란 대체 무엇인가. 공화정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건 사설국가다.

공화정 회복…주권자가 나서야

우리 헌법 첫 줄은,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되어 있다. 이는 결코 수사학적 문장이 아니다. 이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정치세력은 애초부터 주권자뿐이다. 대중은 모이는 것 자체가 지혜다. 이 광장의 지혜를 민주주의라 한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직접민주주의일수록 민주적이다. 대의제는 임의로 정해 위임한 것일 따름이다. 그 위임이 절차를 부당하게 지배하려들 때 주권자는 이를 마땅히 회수해야 한다. 이는 성스러운 권리다.

쇼 돌고래의 교훈…주권자에게 묻는다

얼마 전 야생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훈련중이던 D-38 남방큰돌고래가 가두리를 탈출했다. 이 돌고래의 마지막 몸짓은 놀랍게도 쇼 돌고래의 운명을 스스로 뿌리친 일이었다. D-38의 행동은 헌법유린사태에 직면해 있는 한국의 시청자, 주권자들에게 자유를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쇼 돌고래로서 마지막으로 시범을 보인 것이다.

우리는 그 쇼 돌고래보다 못할 것인가.

자유는 언제든 마지막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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