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해성] 누가 백범을 쏘았을까

“친일, 분단세력의 암살은 계속된다”

※ 편집자주: 서해성 교수의 '시론'은 매주 목요일 '데일리 고발뉴스'를 통해 방송되는 '서해성의 3분 직설'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64년 만에 시민이 되찾은 경교장”

6월 26일은 백범 김구 선생께서 흉탄에 쓰러진 지 64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마지막 임시정부 청사 경교장에서는 조촐한 추모식과 개관식이 열렸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경교장은 그 동안 여러 시설물로 사용되다 대재벌이 운영하는 병원건물이 되었습니다.

“방치된 임시정부의 법통”

이곳을 되찾는데 64년이란 긴 세월이 걸린 셈입니다. 이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아니라 온전히 한 시민단체의 노력에 힘입은 것이었습니다.

임정의 법통은 말 뿐, 이렇게 방치되어 왔던 것입니다.

서해성 소설가(한신대·성공회대 외래교수) ⓒ 서해성 교수 페이스북
서해성 소설가(한신대·성공회대 외래교수) ⓒ 서해성 교수 페이스북

“마지막 청사 경교장…김구의 몸”

경교장은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이자 백범 김구가 남북협상을 구상하고 38선을 넘어 비분단국가를 세우고자 한 통일사업의 본부이며, 한국 근현대사의 거목 백범이 서거한 그 자체로 고도의 가치를 지닌 기념비적 공간입니다.

경교장은 한낱 건물이 아니라 임시정부의 몸이자, 김구의 몸인 것입니다.

“이승만 위협할 유일한 인물 김구”

김구 암살은 미군이 철수한 상황에서, 친일파들을 단죄하고자 설립했던 반민특위를 주도한 사람들을 좌익으로 몰아세운 국회프락치사건, 친일경찰의 침탈로 무너진 반민특위의 와해에 이어진 사건입니다.

한 해 뒤에 있을 제2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연장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인물은 백범뿐이었습니다.

“백범 김구, 누가 쏘았나”

그 백범 김구는 누가 쏘았을까요.

경교장 추도식에서 저는 10여 년째 조시를 읽어왔습니다. 64번째 맞는 추모식에서 읽은 시의 제목은 ‘누가 백범을 쏘았을까’입니다. 

<누가 백범을 쏘았을까>

누가 백범을 쏘았을까 

누가 백범을 쏘았을까 

그대가 알고 있는 그는 

마지막 방아쇠였을 뿐 

누가 김구를 쏘았을까 

누가 항일을 저격했을까 

대체, 누가 비분단 통일의 심장을 정조준했을까 

누가 민주주의와 인간양심을 암살했을까 

어제, 누가 십만 원 권 지폐에서 김구 초상을 지웠을까 

오늘, 누가 백범을 쏘고 있을까 

6월 26일, 이 아침에.

“친일, 분단세력의 암살은 계속된다”

경교장 2층 남쪽 유리창에는 총구멍 하나가 뚫려 있습니다. 김구 선생을 쏜 총알 하나가 빗나가면서 뚫린 자리입니다. 그 총알은 어디로 갔을까요.

혹시 오늘도 백범 김구는 저격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친일을 청산하지 않는 한, 분단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 김구는 일어설 수 없습니다.

그 총알로, 이 순간에도 정의가 암살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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