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자 발자국 못듣는자, 귀부터 썩으리라”
“대통령 선거는 5년짜리 ‘긴 하루’이기에..”
하루가 그저 하루인 날들을 태평하다고 할 수 있을 게다.
하루가 하루로 그치지 않은 날들이 많은 게 한국 근현대사다. 해방 이후 68년은 숱한 장기長期 하루로 채워져 있다. 이 긴 하루를 일러 우리는 역사라고 부르고 또 기억하고 있다.
4.19가 단지 하루일 수 없고, 5.18이 하물며 하루일 수 없거니와, 6월 10일 또한 하루일 수가 없듯, MB정권에 시달리던 주권자들에게 작년 12월 19일은 한낱 하루일 수가 없었다.
“대선 하루가 투명해야 5년이 공정할 수 있어”
그날은 5년짜리 하루였다. 5년 동안 하루 같이 기다려온 날이고, 앞으로 5년을 기약하는 날이기도 했다. 승패를 떠나, 대선은 실로 늘 5년짜리 하루다. 주권자에게 이 날은 5년짜리 하루다.
87년 제정된 헌법에 기초해서 말한다면, 6월항쟁 이후 그 하루는 모든 날이자 모든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다. 한반도와 부속도서다.
그 하루가 투명해야 5년이 공정할 수가 있다. 지금 주권자들은 그날의 불공정에 시름을 앓고 있다. 날이 맑아도 날이 흐린 까닭이 이것이다. 그리하여 그 하루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날 무슨 일 있었나, 그날을 누가 빼앗아갔는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날을 둘러싸고 대체 대한민국 국가기관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국정원와 국방부, 또 보훈처와 행안부, 편향적 안보교육을 행한 노동부까지. 누가, 무슨 권리로 그날을 사유화했는지 알고자 하는 건 주권자가 아니라도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질 만한 의문이다.
그날을 누가 빼앗아갔는가.
누가 5년을 훔쳤는가.
그 하루를 빼앗기는 일은 5년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그 하루를 상실하는 일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차압당하는 일이라는 걸 해방 이후 숱하게 겪어왔기에,
사람들은 그 하루의 훔쳐간 도둑을 잡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주권자 발자국 못듣는자, 귀부터 썩으리라”
광야의 외침이 이것이다.
5년짜리 하루를 약탈해간 자를 실은 누구나 알기에 그를 잡아들여야 한다고 목을 놓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을 어찌 국가권력 기관만 모른단 말인가. 이 행위는 직무유기를 넘어 주권자와 역사에 회복할 수 없는 죄가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 벌거숭이의 낮에 분개하지 않는 자 또한 마찬가지다.
하루를 빼앗겨 5년만이 아니라, 공화정의 심장까지 빼앗길 수는 없기에 오늘도 고작 촛불 하나에 의지해 광야로 나서고 있는 주권자의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 귀부터 썩으리라.
[편집자註] 서해성 교수의 ‘시론’은 매주 목요일 ‘데일리 고발뉴스’를 통해 방송되는 ‘서해성의 3분 직설’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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