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해성] 다시 삼민주의를 말한다

새정치를 원하는가.. 새야당에 고함

다시 삼민주의를 말한다

과거 ‘보릿고개’.. 현재 ‘양극화’란 이름의 ‘빈부격차’

서해성 소설가(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페이스북(서해성)'
서해성 소설가(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페이스북(서해성)'

어떤 이는 오늘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민생을 꼽는다. 이 봄날, 세상 고개 중 가장 높은 게 보릿고개다. 이는 농업 생산력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수탈체제가 높인 고개다. 이 고개를 넘어가면서 낮추고자 한 이들이 임꺽정 홍길동 장길산이다. 그들의 이름이 회자되는 한 아지랑이 저편 어지럽게 높은 보릿고개는 살아서 가난을 밟고 넘는다. 오늘 그 보릿고개는 양극화라고 돌려서 말해온 빈부격차다.

보릿고개 극복 방안..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 조항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헌법에 적시된 게 경제민주화와 복지다. 한국에는 두 가지 119가 있다. 불나거나 급할 때 부르는 119와 헌법 제119조다. 119조가 바로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둘은 운명적으로 어울리는 우연이다. 이 119는 헌법 준수사항이지 한낱 정치인의 공약 따위로 쓰고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 “불특정 다수의 참여로 확장해온 가치”

어떤 이는 민주주의가 근본 문제라고 한다. 당연히 어긋난 말일 수 없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만 하더라도 민주주의를 온전히 획득하지 못하는 한 달성해내기 어렵다는 것을 이 순간에도 다들 깨닫고 있다. 민주주의란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근대시민의 사회상규라고 해도 좋다. 근대의 출현 자체가 걸출한 지도자 몇 명이 영웅적 활동을 통해서 얻은 게 아니다. 이름 없는 불특정 다수 대중이 참여하여 봉건왕조와 체제를 쓰러뜨리고 다중의 합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을 획득하고 내용을 확장해온 가치다. 참정권, 노동자 권리, 나아가 소수자 권리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민주주의는 애초부터 완성체일 수가 없다.

독재체제하의 민주주의.. 이미 사망한 ‘민주주의’

인간사와 더불어 끝없이 확대, 심화되고 더 구체화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민주주의는 늘 진행 중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혈액과 같고 그 숨소리는 심장의 고동과 같은 까닭이 이것이다. 작동을 멈추는 순간 민주주의는 사망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형식 자체일 수만은 결코 없다. 내용이 무너진 민주주의란 형체는 있는데 잠을 잘 수 없는 집과도 같다. 근래 한국의 미디어 구조나 선거에서 보듯 어느 일방의 독점적 지배체제 아래서 수행되는 민주주의란 이미 민주주의이기 어렵다.

‘폭정’의 자유만을 낳는 기울어진 미디어

설령 표현의 자유가 외형적으로 보장되고 있다고 해도 미디어를 통해 균형과 비판이 수행되지 않는다면 그 자유란 권력의 자유, 시장의 자유일 뿐인 것이다. 이때 자유란 일방의 자유로 곧 폭정이다. 생업과 술 마실 권리만을 자유라고 할 바에는 이 세상에는 조건이야 어떻든 일터와 술집만 있으면 될 뿐이다. 이 자리에서 중학교 사회 교과서 수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벌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민족사 운명 틀어쥔 식민지배와 분단의 악몽

어떤 이는 민족문제가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역시 맞는 말이다. 20세기에서 오늘까지 민족사의 운명을 틀어쥐어 온 두 가지는 식민지배와 그에 이은 분단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은 사적인 행보까지 여기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식민지 잔재는 청산된 적이 없고 분단은 더 강력한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민생·민주·민족.. 하나로 들어 올릴 지렛대 절실”

민생 민주 민족. 이 세 가지 3민으로 오늘 한국사회와 한국인이 겪고 있는 고통과 모순, 나아가 전망을 압축할 수 있다.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듯 3민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서로 톱니로 맞물린 채 돌아가고 있다. 민생을 해결하려면 민주주의가 작동해야만 한다. 민주주의가 부재하는 한 민족문제인 통일은 분단논리로 내부 국민을 옥조일 따름이다. 이는 민주주의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괴물과도 같다. 어느 것이 우선할 때 도리어 다른 한쪽이 무너지는 형세다. 그러므로 3민은 별도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3민을 하나의 지렛대로 들어 올리는 지혜다. 무엇으로 받침돌로 삼고, 누가 지렛대를 잡을 것인가. 이를 외면할 권리는 없다. 새로 창당한 야당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 4.3 <데일리 고발뉴스> 서해성의 3분직설 (10분 40초~)

[편집자註] 서해성 교수의 ‘시론’은 매주 목요일 뉴스독립군 <고발뉴스>를 통해 방송되는 ‘서해성의 3분 직설’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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