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합일’ 치닫는 한국.. “봉건사회 보다 못해”
‘3권 합일’ 치닫는 한국.. “봉건사회 보다 못해”
오늘 한국은 3각 위협에 처해 있다. 권력의 성립과정인 대선부정에서 비롯된 행정부 불신임, 대의제 가치가 온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의회, 나아가 상식과 판이한 연이은 판결에 따른 대중적 사법불신은 공동체에 대한 근대적 믿음을 근저에서 허물고 있다. 요컨대 3권분립이 위기에 처한 한국사회는 근래 3권합일사회로 치달아가고 있다. 행정, 입법, 사법이 하나가 될 때 대단결, 대통합이라고 좋아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봉건사회나 그보다 못한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추락하는 의회.. 행정부 ‘부속장치’ 전락
감시와 견제 기능이라는 의회의 권능은 찾아볼 길이 없다. 대중의 입이자 지혜여야 할 의회는 행정부 하부기관인 양 날로 추락하고 있다. 뜻 있는 시민들은 야당을 향해 2중대라는 말 또한 서슴지 않고 있다. 거수기 의회는 행정기구의 부속 장치일 뿐이다.
권력범죄의 ‘무죄 판결소’ -> 사법정치 시대
지난 한 해 동안 볼 수 있었던 사법부 행태는 사법정치의 연속이었다. 대선부정과 관련한 권력범죄의 무죄 판결소 노릇은 사법에 대한 합리적 신뢰를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비선출권력인 사법부에 거대한 권력을 주고 유죄 성립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해달라는 것은 정치적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결정권을 행사하라는 뜻이다. 법관을 투표가 아닌 시험으로 뽑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판단은 상식과 통념과는 거기가 멀었다. 이번 징역 12년이라는 ‘내란음모’ 판결만 하더라도 그 배후가 대선과정에서 다까끼 마사오 발언에 대한 징벌, 대선 부정에 대한 대중적 저항을 잠재우는 종북 낙인을 넘어서 대중 공포를 조장해내는 출발점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는 허술하고 유치하기마저 한 내란음모에 대한 유죄 성립 여부와는 또 다른 문제다.
법의 이름으로 죄지은 사법부.. 여론 알아야
사법부가 통치의 추인기관으로 전락할 때 법률은 법률의 이름으로 죄를 짓게 된다. 해방 이후 한국 사법사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권위주의 독재권력 치하에서 행한 숱한 판결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가 되고 있는 걸 무얼 말하는가. 정적을 법의 이름으로 살해한 조봉암 사건, 5.16쿠데타 과정에서 처형된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유신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혁당과 민청학련 사건, 북에서 내려온 사람인 이수근에 대한 간첩조작사건은 사법 양심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피해갈 수가 없다. 더구나 1981년 전두환 신군부가 부산지역 독서모임 회원 22명을 영장 없이 불법 체포해 감금하고 고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했던 부림사건과 같은 날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강기훈 유서대필조작사건은 법무부와 검찰은 물론 법원의 의도적 오판과 어찌 깊은 연관이 없다 하겠는가. 영화 ‘변호인’에 대한 대중적 반응은 단지 용기 있는 변호사 노무현에 대한 추억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사법부는 알아야 한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사법정치의 비극
한국판 드레퓌스사건이라 불린 유서대필사건은 91년 5월 당시 위기에 처한 통치세력이 이를 돌파해내기 위해 조작해낸 반문명적이고 엽기적인 권력범죄였다. 그 과정에서 강기훈과 그 주변 사람들의 삶은 회복할 수 없게 망가지고 말았다. 당시 법원은 존재하지 않았던 유서대필행위에 대해 강기훈을 지켜줄 수 있는 최종적인 국가기관으로서 소임을 내팽개쳤다는 것은 이 무죄판결로 새삼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사법정치이자 사법부가 악마적 통치에 대한 추인기관을 자임했던 비극적인 일이다.
“사법범죄 성찰 못하면 사법부 명예 회수될것”
오늘 사법부가 이러한 사법 범죄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출발하지 못한다면 양심과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는 명예는 회수되고야 말 것이다. 지식을 가진 자가 저지르는 가장 큰 죄 중 하나는 율법으로 율법의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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