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해성] 김남주 나의 성님 20주기에

“새와 벌레, 안개와 이슬도 황토가 붉은 까닭을 알리라”

낫과 쟁기

- 김남주 나의 성님 20주기에

서해성 소설가(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페이스북(서해성)'
서해성 소설가(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페이스북(서해성)'

남도 눈은 대밭에서 듣고
남도 눈은 남천꽃에서 보라 하셨지요
들에 가면 낫을 갈 듯 쓰고
비탈에 오르면 쟁기날로 벼리어내던
그 목소리는
바람 이는 대숲 발자국이 베껴내고 있더군요
우유곽 뜯어낸 은박지에 못으로 눌러쓴
그 긴 겨울밤 시들은 어디메서 눈 내린 골짜기로 퍼붓고 있는지요

길에서는 길꽃으로 피자 하셨지요
언 산에서는 또 눈꽃으로 맺히자 하셨지요
별의 남쪽은 황토
흙꽃은 바람에 피어 날려
다시 저 벌판에 봄은 오시는데
낫은 뉘 가슴의 그리움을 베어내고
쟁기는 어느 새벽 대지를 갈아엎고 있는지요
황토 쓸고 가는 키 낮은 이월 새벽이
당신의 모국어로 이를 닦고 있습니다

겨울 초입 오리털 파카를 입은 남주 성님을 찍었다(1993). 무심히도, 아프기 전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그가 없어 모든 남쪽 대지와 사람은 너무 오래 산 셈이니, 죄마저 그리운 스무 해다. 새와 벌레, 안개와 이슬도 황토가 붉은 까닭을 알리라. -2.13 서해성.
겨울 초입 오리털 파카를 입은 남주 성님을 찍었다(1993). 무심히도, 아프기 전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그가 없어 모든 남쪽 대지와 사람은 너무 오래 산 셈이니, 죄마저 그리운 스무 해다. 새와 벌레, 안개와 이슬도 황토가 붉은 까닭을 알리라. -2.13 서해성.

 ‣ 2.13 <데일리 고발뉴스> 서해성의 3분직설 (9분 2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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