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해성] 통일 대박론.. 그 수수께끼

대박 ‘독점’ 곤란.. 논의없는 통일은 ‘도박’일 뿐

서해성 소설가(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페이스북(서해성)'
서해성 소설가(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페이스북(서해성)'

통일 대박론..그 수수께끼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을 누군가 했다. 대박은 그저 오는 게 아니다. 흥부는 선행 뒤 다시 그 씨앗을 기르고 또 기른 뒤에야 복을 얻을 수 있었다. 박을 썰고 여는 과정 또한 지극한 흥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빌지 않는 꿈이 개꿈이듯 통일 대박은 문득 오는 게 아니다.


‘대박’의 두 얼굴.. 없는 박도 만들어온 역사

오래도록 누군가에게 분단은 대박이었다. 식민지 또한 누군가에게는 대박이었다. 망국, 망족이 대박이었던 역사가 아직 지배하고 있는 걸 친일파 문제라고 한다. 그 대박은 분단 대박으로 이어졌다. 냉전이 아니었다면 존재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누군가에게는 민족과 국토가 참절된 일이 대박이었다. 이민족이 아니라 자기 족속을 증오하고 마침내 전쟁을 치르고 또 새로 증오하게 한 힘으로 누군가는 살아왔다. 냉전대박은 아무 데나 톱을 대면 박이 열리고 벌어졌다. 없는 박도 만들어 온 역사는 무얼 말하는가. 요컨대 반통일은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대박이었던 것이다.


분단극복 세력 종북매도하는 ‘통일 대박론’ 거짓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먼저 반통일 역사에 대한 성찰이 선행해야 한다. 통일에 대한 모든 논의를 닫은 채 혼자서 대박을 말하는 건 수수께끼 같은 대박으로 대박쇼일 가능성이 높다. 저 7.4 공동성명은 선언서 내용과 달리 남과 북 권력끼리 벌인 쇼였고 곧 더 깊은 냉전이 찾아왔다. 대중 논의와 대중 참여가 배제된 통일은 위험하다. 통일의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주권자들이다.

MB 정권 이후 모든 통일 논의는 봉쇄되어왔다. 통일은 냉전의 깊은 골짜기 속에 파묻혔다. 통일논의는커녕 분단극복을 말해온 세력과 개인은 모조리 종북으로 내몰렸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존재들마저 종북 올가미를 씌워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 가운데 터져 나온 대박론은 어떻게 볼 것인가.


정상회담 주역에도 ‘종북딱지’.. 사과 한마디 없어

우선 두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이 전면 부인되어 온 건 무얼 말하는가. 1, 2차 정상회담 주역인 두 대통령에게마저 종북 딱지를 붙이지 않았는가. 이를 대선 국면에 이용한 것에 대한 어떤 사과나 반성을 들어본 적이 없다. 통일논의와 시도 자체에 능멸을 가한 자들이 통일 대박론을 들고 나오는 데 대해 의구심이 이는 건 지당한 일이다. 통일을 말하려면 통일 역사를 먼저 섬겨야 한다.


평화 없이 ‘대박’ 없어.. 통일 논의부터 풀어야

1,2 차 정상회담에서 알 수 있듯 이미 통일은 대박이라는 걸 증명해왔다. 남북은 화해로웠고 한반도에는 평화가 정착할 가능성이 높았다. 평화보다 더 살아있는 대박은 없다. 아무리 비싼 평화도 값싼 갈등보다 값이 싸다는 걸 민주정부 10년은 입증했다. 단언컨대 하루아침의 대박은 쇼일 수밖에 없다. 일상의 평화야말로 대박이라야 한다. 통일 대박론이 성립하려면 분단관리가 선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남과 북 사이만이 아니라 남한 내부에서 통일 논의의 광범한 활성화 또한 포함된다. 평화적 분단관리야말로 대박으로 가는 징검다리이자 지렛대라는 걸 대박론자들은 겸허히 배워야 한다.


대박 ‘독점’ 곤란.. 논의없는 통일은 ‘도박’일 뿐

대박이라는 말은 흥부전에서 알 수 있듯 금은 재화 따위 복이 문득 쏟아져 나오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통일은 복 바가지가 벌어지는 돈놀이일 수만은 없다. 분단이 품고 있는 온갖 깊은 상처와 통일이 갖는 민족사적 의미를 새기기에는 역사상 가장 가벼운 구어체적 표현임에 분명하다. 그래도 좋다고 치자.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대박론의 내용이다. 그 내용을 아는 자가 지금 한국에는 아무도 없다. 실체가 없는 대박론은 설령 대박이라 하더라도 대박 독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혼자 터뜨리는 대박은 도박장 분위기가 물씬하다. 따라서 대박 논의를 공개하는 대중적, 민주적 믿음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정은 책무이지 권리가 아니다. 정치도 통일도 수수께끼 놀음이 아니다. 주권자는 그 수수께끼를 푸는 젓 비린내 나는 소년이 아니다. 다들 기억하고 있듯 수수께끼를 풀고 난 뒤의 허탈함은 누구의 몫인가.

[편집자註] 서해성 교수의 ‘시론’은 매주 목요일 뉴스독립군 <고발뉴스>를 통해 방송되는 ‘서해성의 3분 직설’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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