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해성] 보석가게에서

빼앗긴 보석.. 국민의 ‘보석광장’은 어디에

     
 
서해성 소설가(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페이스북(서해성)'
서해성 소설가(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페이스북(서해성)'

영롱하던 정의는
어느 취한 밤에 흔들리는 귀고리가 되고
거룩한 양심은
어느 개의 충성스런 목걸이가 되었는가.

진열장 황홀한 이 아침
누가 한숨을 모아 미백 치약을 만들고
이름 없는 자들의 눈물을 모아 낯을 씻었는가.

쇼 윈도우 밖
저 광장에서 춤추던
자유는 어쩌다 주리를 트는 오라가 되는가.
누구네 식탁에서 공화정은 포크에 찔려 단품 음식이 되고
어느 엄숙한 만찬장에서 헌법은 저주 받은 시로 낭송되었는가.
폭력은 어느 술잔에서 건배 소리와 함께 위대한 지혜가 되었나.

어제가 미래가 된 이 아침,
누가 망각을 기억이라 부르고
제 얼굴을 잊었는가.

보석상자 안에서만 빛나는 아침이여,
이 찬란한 보석가게에서 찬란하지 않은 것은
오직 이 아침뿐.
아침은 어디로 갔는가.
또 누구의 화려한 장신구가 되기 위하여 이 보석가게로 돌아오는가.

빼앗긴 보석.. 국민의 ‘보석광장’은 어디에

대중의 보석가게, 시민의 보석거리, 국민의 보석광장은 어디에 있는가. 그 보석의 이름이 자유, 정의, 민주주의다. 아침이 없는 아침이 날마다 오고 있다.

‘미세먼지’된 권력.. 민주주의 호흡 차단

미세먼지가 때 없이 내습하고 있다. 저 권력은 일 년이 되었고 국민은 파업을 감행했다. 노동파업을 넘어 주권파업이다. 권력은 헌법, 표현의 자유, 일상에까지 한 해 동안 두루 미세먼지가 되어 민주주의의 호흡기와 시계를 차단하고 있다. 그 미세먼지 사이로 시민은 행진하고 있다.

“초목과 달과 별처럼 민주주의 세상 살자”

공화정은 깨져도 초목은 돋아나 봄이 오고, 헌법이 죽었는데도 달과 별은 그대로구나.
초목과 달과 별처럼 세상을 살고자 애쓰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뿐이다.

‣ 2.27 <데일리 고발뉴스> 서해성의 3분직설 (10분 12초~)

[편집자註] 서해성 교수의 ‘시론’은 매주 목요일 뉴스독립군 <고발뉴스>를 통해 방송되는 ‘서해성의 3분 직설’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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