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사회, 진실과 정의를 먹이로 사는 괴물”
위조사회론
위조증후군.. “사회적 비용 감당해야”
끝내 대한민국은 위조국가가 되고 말았다. 위조를 판명해야 할 국가정보기구가 스스로 위조를 감행한 일은 권력기관의 윤리성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공권력과 정부와 국가사회 전반에 불신을 퍼뜨릴 수밖에 없는 위조 증후군은 숫자로 환산하기조차 어려운 광범한 사회적 비용을 안팎으로 감당해야 한다.
국정원.. 사회정의․ 공동체 방향도 위조
위조 정보기관은 위조사회를 만든다. 이는 사건이나 증거를 위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진실을 위조하고, 인간을 위조하고, 여론을 위조하고, 마침내 사회정의를 위조하여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위조한다. 위조의 끝은 없다. 대선개입으로 민주를 위조하더니, 이번 위조로 이들은 스스로 종말을 선고하고 있다. 그 종말마저 위조는 자신을 위조할 것이다. 위조는 스스로 진짜를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할 때 나오는 까닭이다. 이것이 위조의 원천적 위험성이다.
‘국정원=중정’.. 명예 커녕 윤리성 부재
‘대공수사 50년 노하우’ 따위라거나 ‘무능’이니 하는 건 뒤집어 말하자면 다 맹랑한 찬사의 여지가 있는 언설일 뿐이다. 이들의 역사는 반인권, 반통일, 공작정치로 일관해왔다. 지난 대선에 부당한 ‘공’을 세운 뒤 이들은 문민통제를 완전히 벗어나 권력 위의 권력으로 행세하기 시작했다. 실은 이것이 중정의 본래 모습이었다. 이름이 두 번 바뀐 뒤에도 이들은 저주 받은 모델을 내심 섬겨왔음을 이번에 다시 한 번 만천하에 고백한 셈이다. 걸핏하면 정보기관의 명예를 말해왔지만 이들에게는 명예 같은 추상적 가치는커녕 사실 자체에 천착하는 윤리성조차 내장되어 있질 않았던 것이다.
국정원의 종북놀음.. 담론 사라진 한국사회
현 권력 출범 이후 NLL대화록 공개, 내란음모, 탈북자 공무원 간첩사건 시리즈로 한 해가 갔다. 이 문제는 모두 북한과 관련이 되어 있다. 대선개입을 덮는 일을 넘어 여러 권력기관과 보수언론이 여기에 북과 장구로 다투어 동조해왔고 때로 사법부는 이를 추인했다. 지난 일 년 동안 전개된 이 ‘종북놀음’ 사태와 정국의 주도권은 정보기관에 있었고, 정치는 소멸했다. 민주사회적 생산성 또한 노골적으로 부인되거나 멸실되었다. 한국사회에서 대화와 담론은 사라졌고 광기가 판을 쳤다. 야당은 대응에서 무능했고 주권재민에 빛나는 국민은 여론이라는 명목으로 전개되는 선동에 휩쓸리는 군중으로 전락시켜냈다. 분단모순은 이처럼 남북 사이가 아니라 남한 내부를 향해왔다. 그 중심에 북한 관련 업무를 독점해온 정보기관이 있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약자 노리는 ‘야만기관’.. 납세자에 대한 모욕
이번 위조사건에서 분노를 감출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탈북자라는 분단체제 남쪽에서 가장 약자를 골라 위조 대상으로 삼고, 또한 탈북자 출신을 동원해 위조 매개자로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단을 이토록 야만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조직이 세금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민주적 통제 아래 있어야”
정보기관은 권력기관일 수 없다. 이들은 선출된 적도 없고, 어떤 시민적, 국민적 절차를 받아 권력을 위임 받은 적도 없다. 문민통제란 단지 군부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보기관은 물론 검찰과 경찰 등 자칫하면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는 국기기관에 대한 통제를 말하는 것이다. 비선출권력은 회수될 수 없다는 점에서 또한 반드시 민주적 통제 아래 있어야만 한다. 절제되지 않은 조직은 결국 정권과 권력과 국민을 물고 만다. 현 정권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이를 거둬 들어야 한다. 저 10.26사태는 무얼 말해주고 있는가.
위조사회.. “진실과 정의를 먹이로 사는 괴물”
위조사태는 이러한 위기를 바로 잡으라는 시대의 명령이다. 위조민주와 위조권력을 고치지 않는 한 한국사회는 불신과 의심을 끊임없이 배태하는 위조사회를 넘어설 수 없다. 위조사회는 그 사회의 진실과 정의를 먹이로 사는 괴물인 까닭이다.
[편집자註] 서해성 교수의 ‘시론’은 매주 목요일 뉴스독립군 <고발뉴스>를 통해 방송되는 ‘서해성의 3분 직설’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3.13 <데일리 고발뉴스> 서해성의 3분직설 (10분 0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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