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피로 ‘국정원’ 남겨.. 생명엔 지장 없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인 중국 측 공문서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에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족 김 모씨가 자살을 기도하면서 검찰의 진상조사 작업에 변수가 발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5일 중국 공문서 증거조작과 관련 국가정보원 대공수사팀 등을 수사하는 검찰 진상조사팀 조사를 받은 후 서울 영등포의 한 모텔에서 목 부분을 자해해 자살을 시도했다.
현재 김 씨는 상당히 위중한 상황이지만 생명에는 지장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자살을 시도한 이유는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 국정원에 전달한데 따른 책임과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문서 조작을 지시했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책임을 김 씨에게 떠넘기면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씨의 자살 시도 배경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남긴) 유서에 (자살 시도 동기를)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명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김씨가 조사를 담당한 검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는데 ‘죄송하고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관리 잘 하세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등의 내용이 담긴 만큼 검찰 조사과정에서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에 검찰은 중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해당 문서의 위조 여부를 밝히는 한편 국정원과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김 씨의 자살시도 배경에 대한 의혹까지 규명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김 씨는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기록 중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입수해 국정원에 전달한 인물로 알려졌다.
앞서 사건의 피고인인 유우성 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유 씨 출입경기록에 세 번 연속 ‘입경-입경-입경’이 찍힌 것은 “시스템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 때문”이라는 내용의 삼합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검찰은 정황설명서에 대한 반박 내용이 담긴 삼합변방검사참의 답변서를 국정원을 통해 입수해 재판부에 냈다.
하지만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 감정 결과 변호인 측과 검찰 측 제출 자료의 관인이 동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국정원이 입수해 검찰에 전달한 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에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 씨에게 문서 확보를 요구한 국정원이 막상 증거 위조 논란이 불거지자 김 씨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결국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된 김 씨가 자살을 선택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김 씨는 자살을 시도한 모텔 방의 벽에 자신의 피로 ‘국정원’이라는 글자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국정원에 대한 원망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재 김 씨가 머물던 객실에는 깔끔하게 치워진 채 혈서는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김 씨의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일 김 씨가 국정원의 부탁을 받고 해당 문서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조작이 발생했고 국정원이 이를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면 이는 그동안 ‘비공식 통로로 입수했지만 위조는 없었다’는 국정원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이에 김 씨로부터 문서를 넘겨받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인철 영사나 다른 국정원 직원에 대한 신병확보 내지는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등 검찰의 강제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별개로 의혹의 핵심인 검찰 제출 문서의 위조 여부를 판명하기 위한 중국과의 사법공조 절차도 예정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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