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2007년부터 간첩 조사 ‘기획수사’ 논란

6년간 주변조사, 혐의 없자 동생 데려와 자백 받아내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핵심 증거인 중국 측 공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재차 확인된 가운데, 국가정보원이 이번 사건을 지난 2007년부터 6년간 살펴온 것으로 확인됐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국정원의 유우성 씨에 대한 수사는 지난 2007년 6월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정원은 주변인물 2명을 대상으로 유 씨가 간첩이 아닌지, 북한 보위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게 아닌지 캐물었지만, 조사 대상자들은 ‘화교출신으로 중국을 자주 오고 갔다’, ‘북한에서 화교들은 북-중을 오가며 장사를 많이 하는데 이때 북한 보위부의 비호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내용으로 진술을 했다.

유 씨의 혐의를 뒷받침할만한 특별한 정황을 찾을 수 없자, 검찰은 이들을 재판 증인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2008년과 2009년에도 탈북자 수명을 대상으로 유 씨의 혐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조사를 계속했지만, 재판부가 증거로 삼을만한 진술 등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정원 직원은 유 씨로부터 중국에 있는 동생을 데려오도록 유인했고 “오빠가 간첩”이라는 자백을 받아냈다. 유 씨는 지난 2012년 10월 30일 당시 알고 지내던 국정원 직원에게 “동생, 유OO입니다. 상해에서 제주도로 오늘 오후 4시경 도착했습니다. 나이는 25살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는 평소 한국에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동생을 데려오면 “잘 정착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국정원 직원에게 자신 신고하는 내용이었다. 이 국정원 직원은 유 씨에게 정보요원활동을 제안했지만 유 씨는 거절했고, 이후 형, 동생처럼 지내며 가끔 어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자에서 유 씨는 국정원 직원에 “하나밖에 없는 동생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보내자 이에 대해 국정원 직원은 “그래. 고생 많았겠다. 잘될 테니 너무 걱정 말고. 또 연락하자꾸나”라고 답장을 보냈다.

검찰은 사실상 증거조작을 확인한 이번 사건에서 이날이 중요한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동생 유 씨는 경기도 합동신문센터에서 독방에 무려 6개월 가까이 구금되다시피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 씨는 오빠가 간첩이라고 자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동생은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폭행 및 회유, 협박을 당해 허위 진술을 했다며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국정원 쪽에서 “오빠도 다 자백했다. 오빠가 간첩이라고 해주면, 1∼2년만 형을 살고 나와 한국에서 같이 살 수 있게 해주겠다”, “김현희(대한항공 858기 폭파범)도 간첩이었지만 우리가 도와줘 잘 살고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이 유 씨를 간첩혐의로 기소한 가장 핵심 근거가 동생의 진술이었지만, 재판부는 검찰에 제출한 사진.통화 내역 등이 사실과 달랐던 점 등 여려 정황을 종합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1심에서 패한 검찰이 항소심에 제출한 증거자료들도 사실상 위조된 것으로 재차 확인된 것이다. 그간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국정원이 미리 결과를 짜놓고 유 씨를 간첩으로 몰기 위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단서를 제공하는 대목이다.

이미 2007년부터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지목하고 집중 조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자, 유 씨에게 접근해 중국에 있던 동생을 불러들여 허위 진술을 받아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유 씨가 국정원이 간첩혐의로 수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동생을 데려와 국정원에 자진신고를 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지만, 이 기간에 신원조회를 통과하고 2011년 6월 서울시 공무원에 특채로 임용되기까지 했다.

앞서 유 씨는 북한을 오간 혐의(남북교류협력법위반)로 국정원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지만 2010년 7월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유 씨에 대한 변론을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일단 북한에 어머니 장례식장 다녀온 것을 가지고 국보법 위반으로 조사한 다음, 이후 몇 가지 정황을 모아 그림을 이리저리 짜맞춰 기소를 강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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