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확인서’ 총영사 결재 없이 작성돼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밝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핵심 증거 3건의 중국 측 공문서의 입수 과정에 국가정보원 출신으로 알려진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 소속 이 모 영사가 모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20일 지난해 12월 17일자 ‘영사확인서’에는 중국 주 선양 한국총영사관의 이 모 영사가 자신이 ‘삼합변방검사참 답변서’를 직접 받아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과 함께 그의 서명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영사확인서’는 총영사의 결재 없이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조백상 선양 주재 총영사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재를 거쳐 검찰에 전달된 문서는 1건 뿐이라고 밝혔다. 이 영사가 조 총영사 결재 없이 ‘영사확인서’와 위조된 ‘삼합변방검사참 답변서’를 검찰에 보낸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일 조 총영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영사가 총영사의 승인도 없이 간첩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는 것으로, 중국 공문서 위조 사태가 우리 외교 문서 조작 파문으로 확대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검찰은 ‘삼합변방검사참 답변서’가 국정원이 건넨 문서라고 밝힌 바 있어 사건의 피고인인 유우성 씨 변호인단은 문제의 이 모 영사가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 영사는 지난해 8월 17일 외교부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마침 이 때는 언론에 검찰과 국정원이 제시한 유우성 씨의 밀입북 증거가 허점 투성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간첩사건에 대한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법원이 유 씨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린 시기를 전후한 시점이다. 때문에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증거를 보강하고 외교 경로라는 요건을 갖추기 위해 직원을 선양 영사관에 파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문제의 이 모 영사는 지난해 10월과 12월 검찰이 외교 라인을 통해 보낸 수사협조 요청서를 선양 영사관 현지에서 직접 수신하고 다시 검찰에 회신한 당사자이다. 당시 검찰이 요구한 공문은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이 실제 화룡시 공안국에서 발급한 것이 맞는 지를 확인해 달라는 것으로, 최근 황교안 법무장관과 검찰이 선양 영사관에 공식적으로 문의했다고 밝힌 바로 그 수사협조 요청문이다.
검찰의 요청문을 받은 이 영사는 지난해 12월 2일엔 화룡시 공안국에서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확인서를 받았다며 이를 주 선양 총영사 직인을 받아 검찰에 보냈다. 중국 정부가 위조된 것이라고 법원에 통보한 바로 그 ‘사실확인서’다.
결국 중국 당국이 위조라고 확인한 3건의 중국 공문서가 모두 국정원 파견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 영사를 거친 것이다.
이번 중국 공문서 위조 파문과 관련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1일 조백상 총영사를 불러 중국 공문서 입수 경위를 따질 예정이다.
지난 19일부터 조사에 들어간 검찰 진상조사팀도 중국 공문서를 받아 검찰에 전달한 과정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을 특정하기 위해 국정원 측에 신원 확인을 요청했으며, 조 총영사를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유우성씨가 간첩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화룡시 공안국 발급 유우성 씨 출입경기록’, ‘화룡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발급 사실확인서’, ‘삼합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 답변서’ 등 3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 3건의 중국 공문서가 모두 위조됐다고 밝혔으며, 검찰은 이 가운데 ‘출입경 기록’과 ‘삼합변방검사참 답변서’ 등 2건은 국정원이 입수해 제출한 것이고 ‘사실확인서’는 검찰이 외교 경로를 통해 공식적으로 받은 공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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