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사건, 국가의 조직적 폭력‧은폐와의 싸움”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며 탈북자들의 신상 정보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북한 화교 출신 유모(33)씨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국정원은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씨의 여동생(26)이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6개월 간 회유와 협박, 폭행을 당한 끝에 오빠의 혐의에 대해 허위 자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여동생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인 상황에서 그것이 허위라면 고소사실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9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퇴소한 유씨의 여동생은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국정원이 오빠의 형량을 낮춰주고, 나중에 오빠와 함께 한국에서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회유하며 오빠가 간첩인 것처럼 진술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머리를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을 했다”며 “CCTV가 설치된 독방에서 지냈는데 사실상 감금 상태였고, 자살 시도를 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여동생이 유씨의 간첩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지난 달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유씨 여동생의 진술에 대한 형사소송법상 증거보전절차를 마친 상태”라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민변측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이며 이를 사과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고발과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민변의 장경욱 변호사는 29일 ‘go발뉴스’에 “신성한 국가기관이 범죄를 저질러 놓고 은폐하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는 유씨 남매의 진실과 양심 그리고 조직적인 국가의 폭력‧은폐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많은 언론들이 겁먹지만 않으면 아주 우스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씨 여동생의 현 상태와 관련, 장 변호사는 “처음에는 울기만 하고, 공포에 질려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던 사람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며 “자신이 국정원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점 당당해지고 있고,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변의 이재화 변호사는 ‘go발뉴스’에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정원은 현재의 상태로 유지될 수 없다. 지금의 국정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새로운 체제의 정보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던 사람들 또한 형사처벌 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민변이 가지고 있는 자료나 정황으로 봤을 때 충분히 근거가 있어 (조작)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정원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등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씨는 북한 보위부 지시를 받고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탈북자 명단과 국내정착상황 등을 넘긴 혐의로 국정원에 검거됐으며, 검찰은 지난 2월26일 유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유씨의 여동생은 지난해 10월 북한이탈주민 신분으로 입국했다가 조사 과정에서 중국 국적 화교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5월 23일까지 축구해야 한다는 명령을 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여동생은 지난 26일 법원의 인신구제 청구 신문 후 국정원을 나와 민변이 제공하는 거처에서 생활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유씨 사건에 대해 지난 4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으며, 다음달 6일 10시 4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이런 가운데 민변은 유씨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르면 다음 달 초 증인과 증거 채택을 마무리한 뒤 참여재판을 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