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의 국정원 진술외 간첩 증거 없어…그나마도 신빙성 떨어져
북한이탈주민의 명단을 북한 보위부에 넘기는 등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유모씨(33)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씨가 북한 원주민이 아닌 화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북한국적자로 속여 북한이탈주민에게만 지급하는 정착지원금 등을 수령하고, 여권을 부정발급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20일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유씨에 대해 국가보안법위반 부분 공소사실 전부를 무죄로 판단하고, 여권법과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에 관한 직접적이고 유력한 증거는 피고인의 여동생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그러나 진술 내용 중 일부는 객관적인 증거와 명백히 모순되고, 진술의 일관성 및 객관적 합리성이 없는 부분도 일부 인정돼 신빙성을 배척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지난해 1월 설 연휴 기간 유씨가 중국에서 가족을 만난 뒤 밀입북했다는 여동생의 진술이 객관적 증거와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유씨가 지난해 1월 22일 밀입북했다고 주장했다. 여동생도 수사기관에서 같은 내용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지난해 1월 22∼23일 유씨가 중국에서 가족·지인들과 찍은 사진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가운데 가장 최근의 일인데도 명백히 객관적인 자료와 모순되는 진술은 단순히 기억의 착오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착지원금 부정수령 및 여권 부정발급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2004년 탈북 이후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자신의 국적이 북한이 아닌 중국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탈북 이후 대한민국에서 힘겹게 이룬 생활터전을 모두 잃고 강제추방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유씨는 탈북 후 수차례 북한에 밀입북하면서 보위부 공작원으로 포섭돼 국내 거주 탈북자 200여명의 정보를 여동생을 통해 보위부에 전달하고, 재북화교신분을 숨기고 북한이탈주민인 것처럼 꾸며 2500여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받는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탈북자를 이용한 북한 대남기구의 공작활동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며 유씨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