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합뉴스

세 들어 살던 집이 매각돼 퇴거를 앞둔 독거노인이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러 올 사람들을 위한 ‘국밥값’과 장례비 등을 남겨놓았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동대문구 장안동의 주택 1층에 살던 최모(68)씨는 지난 29일 오전 10시께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49.5㎡(15평) 남짓한 집에서 SH공사의 독거노인 전세지원금을 받아 전세금을 주고 생활해 온 최씨는 얼마 전 이 집이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지난 28일 SH공사 측에 “내일 퇴거하겠다”고 말했지만 당일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SH공사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고, 최씨는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최씨가 발견된 옆 방 테이블에서 “고맙다.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라. 개의치 말라”고 적힌 봉투와 10만원 가량의 현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 밖에도 전기·수도요금 고지서와 함께 이에 해당하는 돈, 자신의 장례비까지 총 176만원을 남겨놓았다.

경찰은 <연합>에 “특별한 직업이나 모아놓은 재산이 없던 최씨가 집을 비워야 할 처지에 놓이자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집에서 발견된 돈은 그의 조카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3개월 전 노모가 세상을 뜬 후 특별한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