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등 항해사 김모씨가 승무원의 사명을 묻는 검사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해 유가족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4일 광주지법 제11형사부는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제25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2등 항해사 김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김씨는 세월호 사고 당시 객실 승무원과 연락할 수 있는 무전기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승객을 버리고 먼저 도주해 살인 및 살인미수, 업무상 과실선박매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날 “먼 거리에 있던 어선과 상선도 무전을 듣고 달려와 승객을 구조하려 했는데 승객들에 대한 안전을 담보해야할 승무원들은 당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승객 퇴선과 선박 침수 상황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별 생각이 없어서 안 했다”고 답변했다.

김씨의 무책임한 답변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검사가 “애타게 찾던 해경과의 전화통화로 해경이 7~8 마일 근처까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 않느냐, 다른 승무원들에 왜 이 같은 사실을 전파하지 않았느냐”고 질의하자 김씨는 “7~8 마일이라는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 ©해양경찰청

김씨가 모르쇠로 일관하자 방청석에는 유가족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성통했다.

오후 공판에는 이준석 선장의 퇴선명령 지시 여부에 대한 신문이 이어졌다. 김씨는 “경비정이 세월호 주변에 도착했을 때 이 선장의 퇴선명령이 내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주변 정황을 잘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이어 “선장으로 기억되는 누군가의 지시를 듣고 무전기로 여객부 사무장(고 양대홍 씨)을 불렀지만 사무장이 대답하지 않았다”며 “‘사무장, 사무장, 감도 있어요’라고 묻고는 ‘승객들을 탈출시키세요. 탈출 방송하세요’라고 반복했다”고 답했다. 실제 방송이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방송된 줄 알았다는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조타실에 있었던 3등 항해사 등은 “이 선장의 퇴선명령 지시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퇴선방송 지시 여부는 이들의 살인 고의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책임 회피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검사의 신문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질문 요지에 맞지 않는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이 선장을 감싸는 듯한 면도 드러냈다.

선장이 탈출 지시를 한 이유와 내용을 묻는 검사의 질문에 “정확한 경위를 모르겠으나, 탈출시키라는 내용이었다”며 더듬거렸다. 또한 자신에게 불리한 취지의 내용에는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의 답변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