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등항해사 ‘모르쇠’ 답변 되풀이.. 유가족 분통

해경에 진술 거부 경위.. “거짓말해야 조사 끝나겠다 생각”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조타 지휘자였던 3등항해사 박모(25·여)씨가 검찰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모르쇠 답변을 되풀이해 유가족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7일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제22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오전 진행된 자신에 대한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검찰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되풀이 했다.

박씨는 ‘일부 피고인의 주장대로 선원들이 조타실에서 승객들을 위해 구명벌을 터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구조되는 과정에서 직접 터트리거나 이를 터트리려고 시도하는 해경을 도운 다음 해경 123정에 승선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검찰이 묻자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구조될 당시 바다로 뛰어내려 떠 있는 승객들을 본 적 있나’, ‘바다에 빠진 승객들을 먼저 구하라고 해경에 말했어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 “보지 못해 모르겠다”고 답했다.

ⓒ '해양경찰청'
ⓒ '해양경찰청'

검찰이 ‘바다에 빠진 승객들을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당시 승객들이 어디 있다고 생각했나’는 질문에는 “당시에는 그런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모르쇠’ 답변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들은 “(애들이)다 죽었다. 모르겠다고 하면 되느냐”, “진실을 말하라”, “살고 싶다면 사실을 말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한편, 박씨는 이날 사고 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해경에게 진술을 강요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뉴스1>에 따르면, 박씨는 해경에서 진술을 거부한 경위에 대한 변호인이 묻자 울먹이며 “경찰관 두명이 들어와 윽박을 질렀다. 제가 ‘변참장소라서 변침하려고 했다’고 대답하니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다”고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수사관들이 ‘동영상 다 확보했다’고 해서 ‘동영상 보고 다 설명하겠다’고 하니까 계속 윽박을 질렀다. 속으로 ‘거짓말을 해야, 경찰관 말이 맞다고 해야 조사가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변호사님 오시면 그때 말씀드리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날 변호인이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장녀로서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드리려 국립대 지원 후 선원 생활을 한 것인가”라고 묻자 울음을 터트려 한동안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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