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승무원 ‘조타기 방향’ 놓고 진술 엇갈려

세월호 선장과 조타수가 사고 발생 당시 조타기 방향 등을 놓고 엇갈린 증언과 진술을 해 ‘진실공방’에 눈길이 쏠렸다.

6일 <뉴시스>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6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제21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사고 당시 조타 업무를 맡았던 조타수 조모씨가 자신의 과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자 검찰 측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이준석 선장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이씨는 “(사고 직후)타각 지시기(조타실 정면 상부에 위치)가 우현(15도 정도)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며 “조타기를 너무 많이 써 급선회 하다보니 원심력에 의해 급격한 경사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차량이나 화물의 고박장치가 터졌다. 좌현으로 화물 등이 이동 돼 침몰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사의 ‘우현으로 15도 정도 조타 하면 배가 좌현으로 얼마나 기우나’라는 질문에 이씨는 “10도 정도 조타를 했을 때 8∼10도 정도의 경사가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약 20도 정도의 경사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가 넘어지는 상황에 비춰보면 조씨가 타를 15도 이상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조씨가 15도 이상 타각을 잡았다가 이를 반대로 돌리는 과정에 타각지시기가 15도에서 멈췄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해양경찰청'
ⓒ '해양경찰청'

이준석 선장은 앞서 “조씨의 경우 정교하게 조타기를 조정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다”며 “100도를 잡으라고 하면 102도 또는 103도를 잡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조씨는 “조류 등의 상황을 감안해 조타했다. 핸들에 있는 타각지시기는 물론 여유가 있을 때에는 전방(조타실 상부)에 있는 타각지시기도 쳐다본다”며 “당시 우현이 아닌 좌현으로 타기를 돌렸다”고 증언했다.

또 “평소 3∼5도 정도 조타를 한다. 조금 더 (조타기를)돌린다고 해도 이 수준(3∼5도 정도)에서 한다. 15도 이상 (조타기를)돌린 적이 없다”고 강조해 진술했다.

‘사고 뒤 관련 사실을 숨기기 위해 조타기를 돌려 놓은 것 아니냐’고 검사가 묻자 조씨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하며 “조타기의 핸들이 내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조타기의 이상 가능성도 제기했다.

조씨의 변호인은 “당시 선장 이씨는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었다. 시력이 나쁜데다 당황하기까지 했던 이씨가 타각지시기를 잘 못 봤을 수도 있다”면서 이씨의 시력을 문제 삼기도 했다.

선장과 조타수의 진술이 엇갈리자 재판부는 이씨가 타각지시기의 방향을 제대로 보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벽걸이 시계를 이용해 세 차례에 걸쳐 시력을 측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모두 오후 시간대를 가리킨 시계 바늘을 제시했고, 이씨는 시계의 거리에 따라 오차가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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