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종범 대책위,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 삼성서비스·협력사 고발
삼성전자 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일하다 지난달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최종범 씨의 죽음과 관련,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범 씨의 사망과 관련, 업체 관계자들을 형사상 강요죄와 부당노동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부당한 하청관계를 만들어낸 재벌 대기업과 그것을 방조한 정부가 (최씨를 죽음으로 몬) 살인자”라며 “이런 사실이 분명함에도 책임자 처벌이나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 의원은 “최씨가 사망한 지난 달 31일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날은 국정감사 마지막 날로 삼성전자서비스 박상범 사장을 두 번째로 부른 날이었다”며 “당시 삼성전자서비스가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노조탄압을 해 온 사실을 그 자리에서 밝히고 있었던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은 의원은 이어 “이렇듯 국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을 했음에도 최종범 씨에게는 희망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대책위 대표를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민변)도 “지난 7월 삼정전자서비스 노조 출범 이후 삼성이 어느 정도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기대 했지만 오히려 심각한 노동탄압이 계속되고, 특히 10월에 폭로된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문건으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탄압이 계열사의 개별적 행동이 아니라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 파괴 전략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이날 삼성전자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 기사들을 착취하고 탄압해 왔는지 설명하며 “삼성은 업무과정의 모든 것을 협력업체 기사들에게 떠넘기는 폭압적인 노동 정책을 강요하고 있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니 생계를 통한 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하급자와 상급자를 바꾸는 인사발령을 통해 노동자를 견디기 어렵게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자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입장으로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를 보면 삼성이 얼마나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에 대한 개념이 없는 곳인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고소인으로는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최씨의 아내 이미희 씨가, 고발인으로는 대책위가 참여했다. 피고소․피발인은 삼성전자와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 삼성전자서비스 중부지사와 김천기 지사장, 협력업체인 삼성 TSP와 삼성 TSP의 이제근 대표이사 등도 포함됐다. 이들 6명은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됐으며, 이 중 삼성 TSP의 이제근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형법상 강요죄로 형사 처분도 함께 요구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송영섭 변호사는 “노동조합 설립을 전후로 최 씨가 일했던 천안센터에서 있었던 각종 부당노동행위와 이제근 사장의 욕설이 많았지만 형사 처분이 불가피한 사안 위주로 고소․고발을 했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최씨가 냉장고를 수리하다가 자신의 허리춤에 잠시 손을 올린 것을 가지고 고객으로부터 불만신고가 들어왔다”며 “이에 이제근 사장은 최씨에게 온갖 욕설을 하며 고객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폭행과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송 변호사는 “표적감사”를 지적했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감사는 보통 상반기와 하반기 1년에 2번 고객 이야기와 서비스 기사의 기록이 다를 때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서 직접 내려와 하는데, 문제는 최씨가 받은 지난 10월 감사에서는 통상적인 3개월 전 분량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3~4년 전 기록을 가지고 감사를 했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이어 “하루 10건, 한 달에 200여건의 업무를 처리하는 서비스 기사가 이를 일일이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평소 감사 범위도 다르고 모든 직원이 아니라 감사 대상의 89%가 노조 조합원이었다는 것은 회사에 대항할 수 없다는 신호를 주기위한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가족들이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삼성의 노동착취와 노조 탄압을 밝히는 증언대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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