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노조 와해‧고사 기본방침 문건 드러나

개인취향 담은 ‘100과 사전’ 제작.. 개인정보 무단 수집 의혹

‘무노조 경영’을 내세우는 삼성그룹이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서 노조 결성이 자유로워지자 노조 설립 가담자에 대한 사찰 등 노조 와해 전략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같은 대책이 실행됐다면, 이는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으로 현행법상 위법,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겨레>에 따르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4일 삼성그룹이 지난해 초 작성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란 제목의 151쪽짜리 문건을 공개했다. 그룹의 임원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2011년 평가 및 반성’, ‘2012년 노사환경 전망’, ‘2012년 노사전략’, ‘당부 말씀’으로 구성됐다.

문건의 ‘2012년 노사전략’ 부분에는 10개 과제로 △‘문제 인력’ 노조 설립시 즉시 징계를 위한 비위 사실·채증 지속 △임원 및 관리자 평가시 조직 관리 실적 20~30% 반영 △노사협의회를 노조 설립 저지를 위한 대항마로 육성 △비노조 경영체계 보강 △동호회 활동 독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토대로 노조가 있는 8개 계열사와 노조가 없는 19개 계열사를 나눠 각각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특히 이 문건은 추진 방향에서 “노조 설립시 전략·전술 연구 보완, 조기 와해 및 고사”라고 적어, 이 문건의 목표가 7개월 전 시행된 복수노조 제도하에 회사 쪽에 비우호적인 노조가 결성됐을 때 이를 말살하는 데 있음을 명기하고 있다.

<한겨레>는 삼성이 노조 파괴를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면서, 문건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문제 인력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개개인에 대한 ‘100과 사전’을 제작했으며 개인 취향·자산·사내지인·주량까지 파일링(기록)해 사용 중이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 홈페이지 화면
삼성그룹 홈페이지 화면

여기서 말하는 ‘문제 인력’은 외부세력과 연계해 노조 설립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뜻한다. 또 ‘사내 건전 인력’이란 이름으로 방호 인력, 여론주도 인력을 구성해 조직 내 집단 불만 및 노조 설립 징후 파악 등의 임무를 맡겼다.

결국 삼성이 노조 결성에 참여할 가능성이 보이는 인력을 ‘문제 인력’으로 분류해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는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류하경 변호사는 <한겨레>에 “업무 외 영역에 대해 본인 동의를 얻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2003년 삼성 일반노조 설립 때도 사원을 문제사원(MJ), 관심사원(KS), 가족사원(KJ) 등으로 분류한 문건이 발견된 적이 있다”며 “최근 신세계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또 “노조 관련 관심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이유로 그룹 차원에서 동호회 활동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삼성은 2012년 1월 현재 임직원의 38%가 동호회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동호회 수만 1590개로 전 사원 22만8000여명 가운데 8만6000여명이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문건은 ‘기부·봉사활동을 통한 임직원 자긍심 제고’도 역시 같은 이유로 활용할 것을 제시했다.

심상정 의원은 “문건에는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한 온갖 수단이 구체적으로 치밀하게 기술됐다”며 “삼성은 특히 노조가 설립될 경우 노조를 조기에 ‘와해’시키고 ‘고사’시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같은 의혹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한겨레>에 “해당 문건은 2011년 말 고위 임원들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며 “교육 자료는 종업원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바로 잡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지 노조 와해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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