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비스 기사, 몸 아파 쉬려면 동료에게 ‘밀어내기’ 해야

뇌출혈 사망 임씨, 남은 업무 모두 처리 후 다음날 쓰러져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임현우(36)씨가 지난 3개월 간 장시간 노동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사망 한 달 전부터 몸이 좋지 않다는 뜻을 동료들과 센터 관리직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과로사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30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대구 칠곡센터에서 근무하던 3년차 기사 임씨는 지난 27일 오후 6시 20분경 중증 뇌출혈로 숨졌다. 26일 오전 출근 준비 중에 몸에 이상을 느끼고 쓰러진 지 하루만이다. 임씨는 쓰러지기 직전 모친에게 전화로 몸의 이상증세를 알렸고, 임씨는 마지막으로 출근해 자재를 정리한 뒤 병원에 입원할 예정이었다.

임씨의 동료들은 장례식장에서 모두 ‘과로사’라고 입을 모았다. 임씨와 같은 센터의 A씨는 “성수기에는 일이 10시, 11시에 끝난다. 8월에는 점심시간도 30분이라 밥도 제때 못 먹으니까 9월, 10월이 되면 한명씩 탈이 난다”며 “긴장이 풀리니 아프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시간 노동 외에도 실적압박이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증언도 있었다. 동료들은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하루 한 번씩 실적 문자가 왔다”며 “밤 10시에도 센터에서 실적 때문에 전화가 오는데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삼성전자서비스지회 故 임현우 씨 추모 문화제 ⓒ 통합진보당 대구시당 황순규 대변인 블로그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삼성전자서비스지회 故 임현우 씨 추모 문화제 ⓒ 통합진보당 대구시당 황순규 대변인 블로그

<미디어오늘>은 임씨의 스케줄 표로 그가 장시간 노동을 수행했고, 센터 관리직의 실적 압박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스케줄 표에서 임씨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적게는 주당 52시간, 많게는 주당 80시간씩 일했다. 특히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인 5월과 6월에는 한 달에 한 번만 쉬는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현행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식 시간이 보장돼 있기에 8시간 연속근무시에는 1시간은 휴식시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임씨는 5월, 6월, 7월, 8월 모두 10시간 넘게 일했지만 휴식시간이라고는 점심시간 30분이 전부였다. 임씨의 동료들은 “30분이면 어디가서 밥도 못 먹는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사 먹으라는 것이며 저녁은 밤 10시, 11시에 먹는다”고 말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이 건강상태 악화로 이어졌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동료들이 임씨가 8월말부터 몸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증언했다.

임씨는 지난 25일경 센터 팀장에게 “저 병원에 가보게 토요일 스케줄 조정 좀 해주세요”라며 “먼저 갔던 병원에서는 피검사 하더니 진통제만 처방해주고 이상없다 하는데 여전히 아픕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29일 토요일에 병원에 다녀왔다.

임씨가 병원에 다녀온 뒤 한 달 동안 그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건당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센터 기사들이 일을 그만두기 위해서는 남은 동료에게 업무를 밀어내는 방법뿐이다. 임씨는 남아있는 업무를 모두 처리한 다음날 오전 쓰러졌다.

의료계에서는 과로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윤 산업의학전문의는 <미디어오늘>에 “과로사일 확률이 많다”며 “뇌출혈은 만성적인 과로와 사고 직전의 큰 충격 등이 영향을 주는데 과로를 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입증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의 공유정옥 산업의학전문의도 “일반적으로 과로가 뇌출혈을 일으킨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라며 “부모,형제들이 모두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진 병력이 있거나 만성 뇌혈관 질환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일이 뇌출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힘들게 일하고 집에서 쉬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노조측은 유가족과의 합의를 거쳐 산재를 신청할 방침이고,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어떤 근거로 과로사라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는 30일 5개항으로 이뤄진 협력사와의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상생안에는 협력사가 시간 선택제 일자리 1000여개를 새로 만들어 주5일 근무제 정착, 협력사 직원들 처우 개선 유도 등 협력사 직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 방안이 담겨있으나 지난 16일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지적사항을 개선하는 동시, 불법파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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