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박한 사정 이용 불리한 계약 유도 ‘불공정법률행위’”
삼성전자서비스의 한 센터가 최근 정규직 직원들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약을 체결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조합은 노조에 가입하면 언제든 해직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노조 탄압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삼성전자서비스 A센터가 이달 초부터 50명가량의 내·외근 정규직 직원들과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에서 밝혔다. 계약서에는 ‘20xx년 x월x일부터 20xx년 x월x일까지’라는 근로계약기간이 명시돼 있다. A센터는 특히 이달 초 기간제 계약을 맺으면서 6개월 후인 내년 1월 31일 만료되는 단기 계약 조건을 제시했으며 임금 등 근로조건은 종전과 동일하다.
노조는 향후 A센터 직원들의 노조 가입에 대비해 센터장이 미리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은 지난달 14일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을 주장하며 노조를 설립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전체 협력업체 직원 1만명 중 현재 1400명가량이 노조에 가입했으나 A센터에서는 한 명의 직원밖에 가입하지 않았다. 노조는 최근 A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노조 가입을 독려해왔다.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계약을 받아낸 것을 봤을 때 직원들에게 사인을 강요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노조원 없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계약직으로 전환시킨 후 노조에 가입하면 언제든 자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무법인 유진의 이경무 노무사는 <경향>에 “사용자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근로자의 궁박한 사정을 이용해 현저하게 불리한 계약을 유도했다면 불공정법률행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협력업체들이 그동안 직원들에게 노조에 가입하면 계약이 해지될지 모른다고 위협하거나 특근수당을 올려주며 창립대회에 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노조 설립을 방해해온 점을 감안할 때 기간제로의 근로계약 변경 역시 노조 가입을 막거나 노조 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부당노동행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규 인력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경북 지역 다른 센터에는 이달 초 ‘AS 엔지니어 계약직 모집’이라는 공고문이 붙었다.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이 대부분 정규직으로만 운용돼온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최경환 노조 부지회장은 “A센터 사장이 최근 권역별 서비스센터 사장단 모임의 대표에 선임됐으며 시범 케이스로 본인의 센터부터 비정규직 전환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센터 사장들이 전략적으로 계약직 전환이나 신규 계약직 채용을 통한 노조 압박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삼성전자서비스 불법고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협력업체들의 부당노동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며 최근 고용노동부에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