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이 부장검사 시절 삼성그룹 임원의 성매매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뒤 삼성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에 대해 황 장관이 “특별검사 수사를 통해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특별검사팀은 ‘황 장관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의류 시착권 등을 줬다’는 김 변호사의 구체적 진술을 듣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되며 황 장관의 해명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황교안 법무부장관 ⓒ'법무부'

7일 <한겨레>는 이같은 소식과 함께 이는 당시 특검이 황 장관의 ‘삼성 떡값’ 수수 관련 의혹에 대한 김 변호사의 진술이 없는 상태에선 더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사실 여부에 대한 결론 없이 내사를 끝냈다는 뜻으로 황 장관의 해명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던 조준웅 전 특검은 <한겨레>에 “특검 당시 김 변호사가 공소시표 등의 이유로 가치가 없다며 (황 장관 관련) 진술을 하지 않았다. 공여자가 상품권을 언제, 누구에게 줬다는 직접 진술을 안 했기 때문에 조사를 할 수 없었다”며 “김 변호사가 진술을 안 했기 때문에 당시 언론에 나온 ‘떡값 검사’ 대상자들을 조사하고 더 이상 증거가 없어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 전 특검은 “이번에 언론에 제기된 (황 장관 관련) 의혹은 당시에는 안 나온 것이다”라며 “ 그 때는 김 변호사가 (검사를) 특정해서 누구한테 무엇을 줬다고 하는 진술이 없었다”고 말했다.

2008년 삼성 특검 수사 때 김 변호사가 공소시효가 끝난 점 등을 이유로 진술의 실효성이 없다며 황 장관의 ‘삼성 떡값’ 의혹 관련 내용을 특검에 밝히지 않았고, 특검은 돈을 건넨 사람의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만 갖고 수사를 하다 내사 종결했다는 것이다.

특수부 출신의 한 부장검사는 <한겨레>에 “뇌물사건의 경우 금품 공여자의 진술이 하나의 증거가 된다. 금품 전달 시간과 장소 등에 대한 공여자 진술의 구체성으로 신빙성을 따져 뇌물 수사의 기본 단서로 삼는다”며 “공여자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뇌물 수사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전 특검의 주장은 황 장관이 지난 4일 ‘삼성 떡값’ 수수 의혹과 관련해 낸 해명자료와 어긋난다. 황 장관은 “2008년 김 변호사의 진술에 근거해 특검 수사가 이뤄졌으나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아 내사 종결된 것이다”라며 “김 변호사의 이번 주장은 새로운 의혹 제기가 아니라 이미 사실 무근으로 확인된 내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황 장관의 금품수수 사실이 인정된다고 해도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검찰 안팎에선 공직자 윤리 차원에서 실제 금품이 전달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법무·검찰의 최고 감독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재벌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새로운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면 추가 수사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며 “황 장관이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감찰을 통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