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퇴, ‘바카시즘’의 시작…“그래도 촛불은 계속된다”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제12차 ‘범국민 행동의 날’ 촛불집회가 13일 저녁 7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추석을 앞두고 열린 이날 집회에는 궂은 날씨에도 3만여명의(경찰 추산 3000명)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28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국정원 OUT”, “그래도 촛불은 계속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당일 발표된 채동욱 검찰총장의 갑작스런 ‘사의’표명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연단에 올라 “박근혜 정권이 원세훈과 김용판을 기소한 채동욱 검찰총장을 쫓아냈다”며 “그들이 말 잘 듣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검찰총장을 임명해서 자의적으로 기소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 사건은 ‘검찰 길들이기’다. 앞으로 국정원 사건의 공소유지가 정말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시국회의 기조발언자로 나선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정원의 대선공작 수사와 진실 은폐‧조작 수사 때 원세훈과 김용판을 기소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던 사람 아니냐”며 “물러나야 할 사람은 검찰총장이 아니라 법무부장관”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박 대표는 “검찰총장을 쫓아내는 지저분한 정치공작의 배후에는 국정원이 있고, 국정원의 배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괜히 폼만 잡으면서 딴소리 하지 말고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국정을 수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 이후 확산되고 있는 매카시즘을 우려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민자유발언에 참가한 ‘노동자연대다함께’의 활동가 전지윤 씨는 “박근혜 정부는 민주주의와 민중의 삶을 파괴하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종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와 함께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 중단과 쓰레기 같은 내용의 뉴라이트 교과서,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마녀사냥도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씨는 이를 “새로운 매카시즘, 바카시즘(박근혜+매카시즘)의 시작”이라 규정하고는 “지금은 진보당에 대한 마녀사냥이지만 이는 금방 한대련을 겨냥하고, 또 민주노총을 겨냥하며 결국은 시민사회를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대한민국재향경우회·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을 비롯한 보수단체 5000여명은(경찰 추산 2500여명) 같은 시각 서울광장 바로 옆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8차 국민대회’를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