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비스 협력사, 故 최종범씨 분향소 강제철거

유가족 “삼성, 노조탄압 중단할 때 까지 장례 미룰 것”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서비스센터 故 최종범씨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설치한 분향소를 삼성의 한 협력사가 불법이라며 강제로 철거해 노조와 충돌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5일 서울 영등포센터 사장 송모씨는 조합원들이 4일 업무 시작 전 외근기사들이 사용하는 3층 사무실 벽면에 분향소를 설치하자 오전 9시쯤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출동을 받고 온 경찰 2명이 ‘내부 문제’라며 별다른 조처 없이 떠나자 송 사장은 조합원들에게 “왜 내가 분향소 설치에 응해줘야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원은 “우리가 완강히 저항하자 물러섰다가 5일 오전 조합원들이 일하러 나간 사이 철거했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분향소가 강제 철거된 영등포서비스센터는 전체 직원 60여명 가운데 40명이 노조에 가입한 곳으로, 삼성과 협력사 쪽엔 ‘주요 경계 대상’이다.

삼성과 협력사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최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는 전국 서비스 센터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 서비스센터 21곳에 최씨의 분향소가 설치됐으며 앞으로 전국 모든 서비스센터와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학가에도 분향소가 설치되고 있다. 4일에 이화여자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 분향소가 차려졌고, 경희대,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분향소 설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트위터 (@wlsekffo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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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한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와 유가족 측은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측의 노조 탄압으로 최씨가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故 최종범 씨의 형인 최종호 씨는 유족 입장을 밝히며 “동생은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일감이 줄어들고 표적감사의 대상이 되는 등 불이익을 당해 좌절을 느낀 것 같다”며 “하지만 본인이 노조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알게 되고 갖게 되었던 신념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동생을 위하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동생의 뜻을 지켜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삼성이 동생의 주검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씨는 “삼성은 언론에 동생의 죽음을 더 이상 모욕하는 행위를 그만하라”고 지적하며 “노조탄압으로 종범이를 죽게 만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동생이가 그토록 바랐던 노동조합이 인정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탄압받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 유족들은 이것에 대한 삼성의 답변이 있을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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