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0’ 보도 사흘 전 수리 협력업체에 공문 발송
삼성이 중고 수리부품(R급)을 새 부품(A급)으로 속여 판 컴퓨터가 이미 밝혀진 것 외에도 많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29일 <한겨레>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지난 10일 각 지방의 수리 협력업체에 10종이 넘는 컴퓨터 메인보드(주기판) 부품을 모두 회수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고 전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이 R급 부품을 A급으로 속여 판매했다는 폭로 방송이 전파를 타기 사흘 전의 일이다.
당시 ‘2580’은 삼성전자 컴퓨터 중 모델명 DM-Z69 등 3종의 컴퓨터에 사용되는 메인보드에 대해 R급을 A급으로 속여 팔았다고 밝혔고, 삼성전자 측은 14일 즉각 이를 시인하고 수리 금액 전액을 환불하기로 결정했다. A급은 15만원이고 R급은 7만원 정도니 두배나 금액을 더 받으며 고객을 속여온 셈이다.
28일 공문에는 삼성이 R급과 A급이 혼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메인보드는 한두 종이 아니었다. 공문에 쓰여 있는 대로 ‘일부 아이템에서 R급과 A급이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고된 것으로 파악’된 메인보드는 모두 12종에 이른다.
메인보드는 여러 컴퓨터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부품으로, 예를 들면 BA81-07039A 코드를 가진 메인보드는 DB-A75 등 모두 9종의 컴퓨터에 들어간다. 따라서 메인보드 수리 때 R급을 A급으로 속여 판 컴퓨터가 적어도 수십종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는 삼성이 R급과 A급이 섞인 것으로 짐작되는 메인보드를 회수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면서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2580’에서 보도된 기종만 환불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측에 R급 부품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공문에 대해 질문하자 “전체 메인보드를 조사하기 위해 보낸 공문이지 공문 내 보드가 모두 문제 보드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회수한 부품은 메인보드 전체가 아니라 일부뿐이었다는 게 추가로 드러나자 “전수조사를 한꺼번에 할 수 없어서 1차로 회수하는 물량이었다”고 다시 설명했다.
삼성의 자체 조사 결과, R급 부품이 A급으로 둔갑해 판매된 사례는 여러 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선 서비스 협력사 사원들이 A급 메인보드를 뜯어보면 R급이 나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던 것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한 서비스 사원은 <한겨레>에 “삼성이 시인한 부품은 뜯었을 때 R급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100%였던 부품이지만, 다른 보드에서도 그런 경우가 상당히 잦다”고 말했다. 삼성은 문제가 된 기종들을 공개하지 않고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환불 조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전수 조사가 끝난 뒤 한꺼번에 밝힐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에선 중고 부품이 새 부품으로 둔갑한 것이 컴퓨터 메인보드 뿐이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서비스 직원들은 “컴퓨터 외 다른 제품에도 이런 사례가 없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소비자 기만이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도트***)은 “신경영 20주년 기념식 하더니.. 신경영이란 결국 소비자들 속이고 기만하는 거였구만. 소비자 속이는 것 뿐아니라 편법상속, 노조탄압, 기름 유출사고 무책임, 횡령 등 삼성이 甲이지”라고 비난했고, 또 다른 네티즌(엔시***)은 “사태가 이런데 삼성 안 망하는 거 보면 참 신기하죠. 국민성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비현실적인 행위의 좁쌀그룹 삼성은 해체시켜야 한다”(일*), “애플 더러 리퍼 가지고 AS한다고 지*하더니 지들은 아예 중고를 새거라고 팔아! 이거 사기 수준을 넘어서는 구만”(am***), “폭로 방송하기 사흘 전에.. 어떻게 정보를 입수하고 회수공문을 보냈을까? MBC 방송국 내에도 삼성 끄나풀이 엄청난가봐!”(흑**), “쓰레기 악덕기업 삼성”(y**), “신경영 한다더니 이건가 보네”(국정**) 등의 분노섞인 글들이 잇따라 게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