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엿새만에 “노조 와해 문건 우리 자료 아니다”

권영국 “작성 사실 부인해 증거 능력 없애려는 의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삼성 노조 와해 문건’에 대해 삼성 측이 “삼성에서 만든 자료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삼성 측 발표는 문건이 공개됐을 당시 문건 작성사실을 인정했다가 엿새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 문건을 토대로 근로감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20일 그룹 공식 블로그에 “지난 14일 게재한 블로그 글과 관련하여 추가로 확인 사실을 알려드린다”며 “보도된 해당 자료 전체를 받아 검토한 결과, 삼성에서 만든 자료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의원이 지난 14일 폭로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한 ‘문제 인력’ 축출과 노조 고사화 전략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그룹 블로그 게시판 내용 캡처
 ⓒ 삼성그룹 블로그 게시판 내용 캡처

이에 삼성은 그룹 블로그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자료는 2011년 말 고위 임원들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이 문건을 단독으로 보도한 <JTBC>의 ‘뉴스9’도 “(노조 와해 문건과 관련해) 삼성에서 인정했다”며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저희도 심 의원한테 문건을 받은 다음에 확인해야 보도를 하기 때문에 (삼성 측에) 수차례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20일 삼성 측은 그룹 공식 블로그에 “지난 14일 게재한 블로그 글과 관련하여 추가로 확인된 사실을 알린다”며 “그 날(14일) 보도된 해당 자료 전체를 받아 검토한 결과, 삼성에서 만든 자료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삼성 측은 이어 “삼성에서 만든 문서라면 제목에 ‘S그룹’이라고 쓸 리가 없으며, 문서양식(템플릿)도 삼성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문건과 관련해 삼성에 대한 고소·고발을 준비 중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경향신문>에 “처음 보도가 됐을 때 자신들이 만든 문서인지 확실치 않았다면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회피할 수 없는 불법 사실이 문건에 담겨 있기 때문에 아예 작성 사실을 부인해서 증거 능력을 없애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삼성의 노조 와해 문건에 대해 근로감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만일 이번에 근로감독이 이뤄지면 그 동안 ‘비노조’ 경영을 표방해온 삼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전사 차원의 부당노동 행위 의혹에 대한 실태 조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관련 문건이 공개됐기 때문에 근로감독은 불가피하다”며 삼성의 노조 설립 와해 의혹과 관련, 현장 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고발장과 진정서가 접수되지 않았지만 문건이 공개돼 (정부가 의혹에 관해) 인지를 했기 때문에 근로감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문건에 담긴 내용을 보면 그룹 차원의 사안일 개연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공개된 문건에는 2011년 에버랜드 직원들의 삼성노조 설립 경과를 설명하면서 “사무실 복합기 근처에서 현장 여사원이 노조 설립 시 행동요령 문서 일부분 발견”, “OOO 책상에서 노조 설립 총회 대자보 발견” 등 삼성이 아니면 작성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