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수입을 금지한다는 결정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했다.

5일 <한겨레>에 따르면,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국제무역위원회에 결정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7년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무역대표부 대표의 거부권 행사로 애플은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구형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계속 수입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준사법기구인 국제무역위원회의 결정을 행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무역대표부가 거부권 행사 명분은 ‘프랜드(FRAND) 원칙’이다. 이는 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사용 허가를 해줘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를 적용한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애플이 침해해도 수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KBS'캡처

프로먼 대표는 서한에서 “(이번 결정은)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끼칠 영향 등 다양한 정책적 고려에 대한 검토”라며 동시에 “표준특허 관련 분쟁에서는 시장 퇴출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의 거부권행사로 이른바 ‘보호무역주의’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오는 9일에는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한 국제무역위원의 최종 판정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침해 여부를 판정할 애플의 특허는 표준특허가 아닌 상용특허이다. 만일 국제무역위원가 최종적으로 삼성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삼성 스마트폰의 수입 금지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 주목이 되는 이유다.

자국 업체인 애플을 보호하기 위해 거부권 행사와 표준특허 남용의 부작용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상대적으로 더욱 보호받아야 할 상용특허에 대해선 그 대상이 삼성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무역대표부의 거부권 행사에 유감을 표시했다. 삼성전자 측은 미 정부가 수입금지 명령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항소할 수 없지만, 법정을 통해 계속 특허권을 주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