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 위한 ‘울림의 음악’…‘이야기해주세요’

두 번째 앨범발매 앞서 공연…이효리‧호란 등 앨범참여 화제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부디 기억해다오...다시 전쟁하지 마라...다시는...다시는...”(로터스프로젝트의 ‘나와 우리의 이야기’ 중에서)

이른바 ‘불금’을 맞은 젊은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던 금요일(5일)의 홍대 앞 거리, 그 한복판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공연이 열렸다. 제목은 ‘이야기해주세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한 음반 ‘이야기해주세요’ 두 번째 음반의 발매에 앞서진행된 공연이었다.

5일 열린 '이야기해주세요' 공연 포스터 ⓒ go발뉴스
5일 열린 '이야기해주세요' 공연 포스터 ⓒ go발뉴스
홍대 인디씬의 유명밴드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멤버 송은지 씨가 기획한 이 앨범에는 이효리와 호란(클래지콰이), 소이(라즈베리필드) 등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유명 여성 뮤지션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터스프로젝트, 시와, 빅베이비드라이버, 이아립, 전기흐른, 적적해서그런지 등 실력파 여성 뮤지션들도 이번 프로젝트에 힘을 보탰다.

공연에 앞서 ‘go발뉴스’와 만난 송은지 씨는 ‘이야기해주세요’에 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드릴 수 있을까해서, 그리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한번 더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건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취지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나. 다만,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하기가 너무 고통스럽고 어려운 느낌이 있는 것 같다”며 “물론 그 이야기를 마음놓고 가볍게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자신이 갖고있는 문제들과 연관시켜서 약간은 더 가깝게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해보니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그런 다양한 목소리를 내보고자 기획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에 대해서는 “작년에 (이야기해주세요) 첫 음반을 만들고 올 초 첫 인세가 들어왔다. 그 수입으로 두 번째 음반을 만들려고 준비중”이라며 “(두번째 앨범을) 알리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야기해주세요'의 기획자 송은지 씨 ⓒ go발뉴스
'이야기해주세요'의 기획자 송은지 씨 ⓒ go발뉴스
송 씨는 “(지난해 ‘이야기해주세요’ 첫 음반에) 참여하고 싶다고 이효리 씨가 연락을 주셨다”며 “(그런데) 이미 작업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였기 때문에 두 번째 (음반에서) 하자고 해서 (그 인연이)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호란은 친한 친구여서 (작업을 같이 하자고) 제가 졸랐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나온 ‘이야기해주세요’ 첫 음반은 초도물량도 아직 다 팔리지 않았을 만큼 대중들의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이날 공연도 저조한 예매율을 보였다. 이에 조심스레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송 씨는 오히려 밝게 웃으며 “(음반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야기해주세요’를 계기로 무척 친해졌다”며 “다들 재미있어하고 기꺼이와서 도와준다”고 대답했다.

“너무 힘들고 무거운 주제여서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공연시간이 임박했지만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수는 그리 많지않았다. 주최 측 관계자들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역력했다. ‘스탠딩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내 이동이 자유로울 정도로 관객수는 적었다. 공연 취재를 마친 기자들이 중간에 빠져나가자 공연장은 한층 더 휑해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좋은 공연이 반드시 관객수와 비례하지는 않는 법이다. ‘티켓파워’를 가진 빅스타도, 현란한 무대장치도 없었지만 중년남성부터 20대 여성들까지의 다양한 관객들은 가사 한 구절, 멜로디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무대에 집중했다. 발라드와 포크, 일렉트로닉, 라틴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이야기해주세요' 공연을 찾은 관객들 ⓒ go발뉴스
'이야기해주세요' 공연을 찾은 관객들 ⓒ go발뉴스
평소 인디음악의 관심이 많았다는 20대 후반의 여성 관객 김민성 씨(경기 안양시)는 “이 앨범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며 “여성뮤지션들이 같은 여성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노래한다는 것, 음악으로 서로 치유하고 나눈다는 것이 굉장히 뜻깊은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작곡가 김연수 씨의 1인 프로젝트인 ‘로터스 프로젝트’가 공연의 시작을 열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실린 로터스프로젝트의 담백한 목소리에 관객들은 귀를 기울였다. 로터스프로젝트는 이날 ‘이야기해주세요’ 두 번째 앨범에 실릴 곡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노래에 대해 김연수 씨는 공연 전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들리나요’라는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증언집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영화를 보고 할머님들이 직접 (증언) 해주신 내용으로 가사를 만들었다”며 “할머님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5분정도 되는 제 노래안에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해주세요' 공연에 참여한 로터스프로젝트 ⓒ go발뉴스
'이야기해주세요' 공연에 참여한 로터스프로젝트 ⓒ go발뉴스
또한, “같은 여자의 이야기고 우리의 이야기니까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을) 모른척하기 어려웠다”며 “이렇게 제 노래 한곡이라도 할머님들을 도울 수 있는, 알릴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하게되서 기쁘다”는 소감을 나타냈다. 김연수 씨는 “너무 힘들고 무거운 주제여서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 뮤지션 흐른이 이끄는 ‘전기흐른’의 무대는 강렬한 일렉트로닉 비트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비교적 잔잔했던 앞선 무대와는 달리 몸을 서서히 흔드는 관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흐른은 “더 이상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전쟁과 폭력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야기해주세요' 공연에 참여한 전기흐른 ⓒ go발뉴스
'이야기해주세요' 공연에 참여한 전기흐른 ⓒ go발뉴스
기획자 송은지 씨는 ‘전기흐른’의 무대가 끝난 후 무대에 올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담은 ‘들리나요’의 한 구절을 낭독했다. 일본군에 의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로 끌려와 3년간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던 할머니의 증언이었다.

송 씨는 관객들에게 “한분 한분 이름을 불러드리고 싶을 정도”라며 관객들에게 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추첨해 ‘들리나요’와 ‘이야기해주세요’ 첫 번째 음반을 선물로 전달했다. 빅베이비드라이버와 위댄스,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무대가 계속됐다. 관객들에게는 남다른 의미와 좋은 음악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송은지 씨는 “두번째 ‘이야기해주세요’(음반)가 빠르면 5월중 발매될텐데 첫 번째(음반)와는 다양한 색깔, 다양한 관점을 가진 노래들이 실릴 예정”이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한 뮤지션들의 ‘두 번째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과연 어떤 울림을 가져다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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